『고려사(高麗史)』를 찬수(纂修)하는 범례(凡例)


一 세가(世家). 『사기(史記)』를 상고하건대 천자(天子)는 기(紀)라 하고 제후(諸侯)는 세가라 하였으니, 이제 『고려사』를 편찬함에 왕기(王紀)를 세가(世家)라고 함으로써 명분을 바르게 한다. 그 서법(書法)은 『한서(漢書)』‧『후한서(後漢書)』[兩漢書]와 『원사(元史)』를 따라서 사실(事實)과 언사(言辭)를 모두 적는다. 무릇 <왕을> 종(宗)이라 일컫고 폐하(陛下)·태후(太后)·태자(太子)·절일(節日)·제(制)·조(詔)라 일컫는 따위는 비록 넘어서는 것이 참람되나 지금은 당시에 일컫던 바를 따라 그것을 적음으로써 사실을 남긴다. 원구(圓丘)·적전(籍田)·연등(燃燈)·팔관(八關) 같이 늘 있는 일은 처음 보이는 것만 써서 그 예를 나타내고 만약 <왕이> 친히 행하였으면 반드시 쓴다. 고려(高麗)의 세계(世系)가 잡기(雜記)에 나타나는 것은 대개 다 황탄(荒誕)하므로 이제 황주량(黃周亮)이 편찬한 『실록(實錄)』의 삼대추증(三代追贈)으로서 정설을 삼고 잡기에 전하는 바를 덧붙여 기록해 따로 세계를 짓는다.
一 지(志). 역대 사서(史書)의 지를 상고하건대 왕조마다 각기 같지 않다. 『당서(唐書)』의 지(志)에 이르러서는 사실을 엮어 편(篇)을 이루었으니 살펴 조사하기가 어렵다. 이제 『고려사(高麗史)』 지를 편찬함에 『원사』를 따라서 조목을 나누고 종류별로 모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살필 수 있도록 한다. 고려의 제도와 법규는 사서에 많이 빠지거나 생략되었기에 이제 『고금상정례(古今詳定禮)』와 『식목편수록(式目編修錄)』 및 여러 사람의 잡록(雜錄)을 모아 여러 지를 짓는다.
一 표(表). 역대 사서의 연표(年表)를 상고하건대 상세하거나 생략된 것이 차이가 난다. 이제 『고려사(高麗史)』 표(表)를 편찬함에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三國史)』를 따라 다만 연표만을 만든다.
一 열전(列傳). 먼저 후비(后妃), 다음은 종실(宗室), 다음은 제신(諸臣)이며, 끝은 반역(叛逆)으로 하고, 그 공적이 뛰어난 자는 비록 아버지와 아들이라도 따로 열전을 짓고 나머지는 각기 종류별로 덧붙인다. 신우(辛禑) 부자는 역적(逆賊) 신돈(辛旽)의 얼자(孽子)로서 왕위를 16년 동안 훔쳤으니, 이제 『한서(漢書)』 왕망전(王莽傳)을 따라 <격을> 낮추어 열전으로 삼아서 역적(逆賊)을 물리친다는 뜻을 준엄히 한다.
一 역대 사서(歷代史)는 본기(紀)·열전(傅)·표(表)·지(之)의 끝(末)에 모두 논찬(論贊)이 있으나 이제 『고려사(高麗史)』를 편찬함에 『원사(元史)』를 따라 논찬을 짓지 않고 세가에만 예전에 있던 이제현(李齊賢) 등의 찬(贊)만을 지금 인용한다. 무릇 조(詔)·교(敎) 및 여러 신하들의 서(書)·소(䟽)가 실려 있는 바는 조항(條項)을 나눌 수 있는 것은 각각 그 종류에 따라 뽑아 취해서 각 지에 나누어 넣고 나머지는 세가(世家) 및 열전(傅)에 쓴다. 제유(諸儒)의 문집(文集)과 잡록(雜錄)에 실린 것으로써 사적(事蹟)을 상고할 수 있는 것은 또한 뽑아 덧붙이며 또 제(制)·조(詔), 표(表)·책(冊) 같은 것들은 번잡한 문장을 간략하게 하여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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