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匹夫)

 

필부(匹夫)는 사량(沙梁) 사람으로, 아버지는 아찬(阿湌) 존대(尊臺)이다.

태종대왕(太宗大王)이 백제(百濟)·고구려(髙句麗)·말갈(靺鞨)이 더욱 서로 가까워져 서로 의지하고 돕게 되면서 침탈할 것을 함께 꾀하자, 충성스럽고 용맹스러운 인재로서 그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자를 구하였는데, 필부(匹夫)를 칠중성(七重城) 아래의 현령(縣令)으로 삼았다.

그 다음해 경신(庚申, 660) 가을 7월에 왕이 당(唐)나라 군사와 함께 백제(百濟)를 멸망시켰다.

이에 고구려(髙句麗)에서 우리를 미워하여 겨울 10월에 군사를 출동시켜 와서 칠중성(七重城)을 포위하였다. 필부(匹夫)가 이를 지키고 또 싸운 지 20여 일이 되자, 적의 장수(賊將)가 우리의 병졸이 정성을 다하고 싸울 때 안을 돌아다보지 않는 것을 알고서, 갑자기 함락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문득 돌아가고자 하였다.

역신(逆臣) 대나마(大奈麻) 비삽(比歃)이 몰래 사람을 보내 성 안의 식량이 떨어지고 힘이 다했으니, 만약 공격한다면 반드시 항복할 것이라고 적군에 고하였다. 적이 마침내 다시 공격하였다.

필부(匹夫)가 이를 알고, 칼을 뽑아 비삽(比歃)의 머리를 베어 그것을 성밖에 던졌다.

이에 군사에게 고하기를,

“충신(忠臣)과 의로운 사람(義士)은 죽어도 굽히지 않는다. 힘써 노력하라! 성의 존망이 이 한 번의 싸움에 있다.”고 하였다. 곧 분연히 주먹을 쥐고 한 번 외침에 병든 사람까지 모두 일어나 다투어 먼저 올랐다. 그러나 병사의 기세가 피로하고 지쳐서 죽고 부상당한 자가 절반이 넘었다.

적은 바람을 타고 불을 질러 성을 공격하여 갑자기 들어왔다. 필부(匹夫)는 상간(上干) 본숙(本宿), 모지(謀支), 미제(美齊) 등과 함께 적을 향하여 활을 쏘니 날아가는 화살이 비오듯 하였다. 팔다리와 몸이 찢어지고 잘리어 피가 흘려 뒤꿈치를 적실 정도였다. 이에 엎어져 죽었다.

대왕이 이 소식을 듣고 슬피 통곡하고, 급찬(級湌)의 관등을 추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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