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3(仁宗三) 20년
〈임술〉 20년(1142) 봄 정월 신축. 금(金)에서 조주방어사(肇州防禦使) 오릉석하(烏陵錫嘏)를 사신으로 보내어 〈왕의〉 생신을 축하하였다.
임인. 김양수(金良秀)를 형부상서 상장군(刑部尙書 上將軍)으로, 이록천(李祿千)을 공부상서 상장군(工部尙書 上將軍)으로 삼았다.
병오. 금(金) 사신에게 대관전(大觀殿)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계축. 간관(諫官)이 탄핵하여 아뢰기를,
“비서소감 보문각대제(秘書少監 寶文閣待制) 김정(金精)이 일찍이 추밀(樞密) 김정순(金正純)의 집에 갔다가 술에 취하여 욕하며 난동을 부렸으니 청하건대 그를 죄를 물어야 합니다.”라고 하자, 보문각대제(寶文閣待制)의 직만 면직시키니, 간관이 다시 아뢰기를, “죄는 무거운데 벌이 가벼우니, 청하건대 파직하여야 할 것입니다.”
라고 하므로, 〈왕이〉 이를 따랐다.
정사. 왕이 신중원(神衆院)에 행차하였다.
2월 을축. 초하루 왕이 외제석원(外帝釋院)에 행차하였다.
기묘. 연등회를 열었다.
금(金) 사신이 〈연등회의〉 풍악을 구경하기를 청하자, 관반(館伴) 김단(金端)이 그를 허락하여 줄 것을 주청(奏請)하였다. 대간(臺諫)에서 극력 간언을 올리고 또한 김단(金端)과 장주승선(掌奏承宣) 배경성(裴景誠)을 탄핵하였으므로, 허락하지 않았다.
신묘. 김거공(金巨公)을 금(金)의 동경(東京)에 사신으로 보내었다.
3월 기유. 고주(高儔) 등에게 급제를 하사하였다.
경신. 왕이 보제사(普濟寺)에 행차하였다.
여름 4월 기사. 임원애(任元敱)를 판상서이부사(判尙書吏部事)로 삼았다.
계유. 왕이 안화사(安和寺)에 갔다.
기축. 왕이 외제석원(外帝釋院)에 행차하였다.
5월 병신. 참지정사(叅知政事) 김인규(金仁揆)가 사망하였다.
경술. 금(金)에서 대부감(大府監) 완안종례(完顔宗禮)와 한림직학사(翰林直學士) 전곡(田瑴)을 사신으로 보내어 와서 왕을 책봉하였다.
무오. 왕이 선경전(宣慶殿)에서 조서를 받았는데, 조서에 이르기를,
“구의(九儀)의 명으로 책봉을 행하는 예는 『주례(周禮)』 「춘관」에 근본한 것이고 제후(諸侯)를 왕이라 칭하는 일은 한(漢)나라 제도를 따른 것이다. 경은 대대로 신약(信約)을 준수하고 몸소 아름다운 계책을 실천해 왔으며, 왕위를 계승하여 지키기 시작한 처음부터 지극히 근실하게 제후로서의 의리를 다하여 지금까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덕을 한결같이 하여 넘치지 않게 하였다. 〈이에〉 마땅히 책봉을 행해야 하겠으므로 사신과 수레를 갖추어 가도록 하니, 삼가 그대는 전범(典範)을 지켜 공손히 짐의 말을 듣도록 하라. 이제 책명사(冊命使)를 보내면서 구류관(九旒冠) 1정(頂), 구장복(九章服) 1부(副), 옥규(玉珪) 1면(面), 금인(金印) 1면, 옥책(玉冊) 1부, 상로(象輅) 1대, 말 4필을 하사하고 별도로 의대(衣對)·포백·기용(器用) 약간과 안비마(鞍轡馬) 3필, 산마(散馬) 4필을 내린다.”
라고 하였다.
책문에 이르기를,
“옛날의 선왕들은 천하를 구획하고 그 땅을 다스림에 있어 육복(六服)으로 나누어 책봉하고 인하여 대대로 이를 지키게 함으로써 그 쓰임이 천하 공론에 크게 맞게 하려 하였다. 이제 짐이 군림(君臨)함에 융성했던 옛날을 돌이켜 보면서 또한 덕을 숭상하고 어진 이를 본받음으로써 천도(天道)를 받들려 한다.
아아, 그대 왕해(王楷)의 영명한 기운은 속세를 벗어난 듯 하고 아름다운 자질은 순수하고 성대하다. 어려서부터 효우(孝友)를 행함에는 진실로 공경을 다함으로써 부모를 잘 섬긴다는 소문이 났고 왕위를 계승한 후에 이르러서는 그 덕이 나라에 두루 미쳤다. 돌아보건대 그대의 선대는 지극한 충성과 신의를 돈독히 함으로써 근실하게 우리를 섬겨 그 은혜와 가르침을 마음에 품어 수 백 년을 잇고자 하니[載祀數百] 이 계책으로 자손인 그대가 평안을 누리게 되었다[詒燕于爾躬]. 그대 또한 선대를 이어 정성을 다할 줄 알아[迪知忱恂]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근신하고 공경하면서 악행을 없애고 선을 높이면서 격려하였다. 더욱이 법도를 공경하여 잘 받들면서 전대의 공렬(功烈)을 더욱 넉넉하게 하니 짐은 심히 이를 가상하게 여겨왔다.
즉위한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책봉하는 전례를 행하라는 명을 내리지 못하였으므로 세상의 공론이 들끓을까 크게 두려워 이제 사신을 보내 그대를 의동삼사 주국 고려국왕(儀同三司 柱國 高麗國王)으로 책명(冊命)하여 길이 우리를 위하는 제후로 삼는다.
아아! 하늘의 뜻은 헤아리기 어려우며 그 명은 일정하지 않으나 덕을 닦고 행하길 좋아하는 자에게는 온갖 상서를 내린다. 의리를 지키지 아니하면 강한 자가 약한 자의 것을 빼앗기 마련이므로 귀하다고 자랑하지 말 것이며, 부유하다고 낭비하지 말 것이며, 평안하다고 감히 게으르지 말 것이다. 짐의 가르침을 들어 많은 복을 받으면서 백성들과 함께 대대로 이를 누린다면 어찌 훌륭하다 그러지 않겠는가?”
라고 하였다.
또한 개부의동삼사 상주국(開府儀同三司 上柱國)을 더하여 주었는데, 그 조서에 이르기를,
“짐이 삼가 선대의 위업을 계승하여 만방을 다스리게 되매 실질적인 업적이 있으면 이름은 따르기 마련이라지만[賓實以名] 세상이 즐겨 추천하는 뜻을 애써 따르게 되었다. 〈이에〉 안으로부터 바깥에까지 큰 선물을 내리는 은혜를 고루 베풀고자 한다. 〈경은〉 대대로 나라를 다스려 오면서 어진 선조를 본받아 작위를 계승하였으며 일찍부터 존왕(尊王)의 의리를 독실하게 지켜왔으니 마땅히 품질을 높이는 영예를 받아야 한다. 사신으로 하여금 이를 가지고 가도록 해 책명의 글을 신칙하여 알리니 바라건대 그 지위를 누리면서 길이 휴상(休祥)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라.”
라고 하였다.
고사(故事)에서 책명(冊命)을 받을 때는 반드시 도성 남교(南郊)에서 행하였는데, 이번에 종례(宗禮) 등은 조정의 지휘를 받들어 처음으로 왕궁(王宮)에서 조서를 반포하였다.
6월 계해. 왕이 봉은사(奉恩寺)에 갔다.
신미. 금(金) 사신에게 대관전(大觀殿)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병자. 왕이 보살계를(菩薩戒)를 대관전(大觀殿)에서 받았다.
가을 7월 신축. 비로소 금(金) 황통(皇統) 연호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태묘(太廟) 및 12릉(陵)에 이를 고하도록 하였다.
8월 경진. 왕이 왕륜사(王輪寺)로 행차하였다.
정해. 〈왕이〉 나가서 장원정(長源亭)으로 거둥하는 중에 쌍둥이 아들을 안은 한 부인이 길에서 알현하자 포 20필을 하사하였다.
9월 병신. 왕이 경천사(敬天寺)로 행차하였다.
겨울 10월 무진. 장원정(長源亭) 서루(西樓)에 거둥하여 활쏘기를 보고[閱射] 적중한 자에게 물품을 차등있게 하사하였다.
갑술. 왕이 창신사(彰信寺)로 행차하였다가 이윽고 천수사(天壽寺)에 갔다.
을해. 〈왕이〉 돌아와서 신궐(新闕)로 거둥하였다.
경진.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 최관(崔灌)과 간의대부(諫議大夫) 최유청(崔惟淸)을 보내어 금(金)에 가서 책명(冊名)을 내려준 데 대해 사례하게 하였다.
을유. 태묘(太廟)에 변고가 있어 사면령을 내렸다.
정해. 최유칭(崔褎偁)을 보내어 금(金)에 가서 왕의 생신을 축하해 준데 대하여 사례하게 하였다.
11월 신묘. 금(金) 동경(東京) 비기위(飛騎尉) 포찰충안(蒲察忠安)이 보빙사(報聘使)로 왔다.
계사. 사자(使者)를 8도에 보내어 주현(州縣) 관리들의 능력 유무[能否]를 찰방(察訪)하게 하였다.
무술. 이영장(李永章)을 보내어 금(金)에 가서 토산물을 바쳤다.
신축. 이양승(李陽升)을 〈금(金)에〉 보내어 신년을 하례하였다.
계축. 안정수(安正脩)를 보내어 금(金)에 가서 만수절(萬壽節)을 하례하게 하였다.
12월 을축. 왕이 중수공사를 마치게 되자 봉은사(奉恩寺)에 갔다.
병술. 임원애(任元敱)를 감수국사(監修國史)로, 이지저(李之氐)를 수사공 좌복야 판예부사(守司空 左僕射 判禮部事)로, 김정순(金正純)을 수사공 지문하성사 판형부사(守司空 知門下省事 判刑部事)로, 한유충(韓惟忠)을 좌복야 추밀원사 판삼사사(左僕射 樞密院事 判三司事)로, 왕충(王冲)을 이부상서(吏部尙書)로 삼았다.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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