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세계의 석굴 이야기

실크로드 사막길 향해서 ②

7390882@hanmail.net 2023. 5. 23. 05:07

실크로드 사막길 향해서 ②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 쿤제랍 패스

 

카슈가르시의 ‘모르불탑’


파키스탄 지역에서 중국지역으로 진입을 위해서는 쿤제랍 패스(중국명: 홍치라포) 국경을 넘어야 한다. 파미르고원에 위치한 중국 신장과 파키스탄의 국경인 쿤제랍 패스(4763m)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해발고도 4000m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두 나라 사이를 오갈 수 없다. 이 길을 넘어 중국지역으로 들어서면 타쉬쿠루간이라는 국경도시를 지난다. 길에는 고대 안서도후부로 사용했던 석두성을 지난다. 이 길을 거쳐야 서쪽의 도시 카슈가르로 갈 수 있다.

실크로드 중요 불교유적
카슈가르시의 ‘모르불탑’

모르불탑은 카슈가르시(喀什市) 동북쪽 30㎞ 지점 황토 대지에 위치하는 불탑인 모르불탑(莫爾佛塔). 한 변 12.3m인 정방형 기좌(基座)에 원추형 복발정(覆鉢頂)이다. 잔고(殘高)는 12.8m. 건립시기는 위진(魏晉) 혹은 당대(唐代)로 보며 고소륵국(古疏勒國)이 남긴 실크로드상의 중요 불교유적으로 2001년 5월 중국 국무원이 중요문물보호단위로 공포했다.

오른쪽 탑이 사리를 봉납한 것이고, 왼쪽 탑이 불상을 안치했던 것이라고 한다. 투박한 도로를 지나 황량한 벌판에 다다르면 두 개의 황토탑 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쓸쓸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모르’라는 말이 봉화대를 지칭하는데, 이슬람의 침입에도 봉화대로 여겨져 남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봉화대라는 명칭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도 비슷한 이유로 불탑이 남아 있다.

우즈베키스탄 테르메즈 지역의 불탑.

 

세 명의 신선이 살았다는 ‘삼선동’.

중국 4대 석굴인 ‘키질 석굴’ 전경.

키질 석굴을 대표하는 ‘38굴’


불교사원 유적인 ‘카라테퍼’
세 신선 살았다는 삼선동

우즈베키스탄의 남부 테르메즈에 있는 불교사원유적인 카라테퍼(Kara Tepe)에서 2~3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불화가 발견되었다. 삼선동은 차크마크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세 명의 신선이 살았다는 ‘삼선동’(三仙洞)엔 올라갈 수 없다. 동굴 역시 바닥에서 15m정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다리가 없으면 올라가기 힘든 곳이다. 동굴 속에는 부처님을 그린 그림이 있다고 전해진다. 삼선동이 위치한 곳은 카슈가르에서 대월지, 대원(페르가나 지방), 강거국(사마르칸트)으로 넘어가는 ‘테레크 고개’ 입구에 해당된다.

구마라집의 탄생지 쿠차 지역
236개 석굴이 있는 키질 석굴

중국 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면 쿠차지역에 도착한다. 쿠차는 한문 경전의 구역(舊譯)을 완성시킨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탄생한 곳으로 과거 구자 왕국의 영역이다. 구마라집이 활동한 만큼 불교 유적지가 현재도 상당수 남아 있는 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현 쿠차를 대표할 수 있는 키질(Kizil) 석굴은 쿠차 초르타크 산의 곡서구, 곡내구, 곡동구의 세 구역에 분포되어 있는 석굴로 대략 3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석굴이다. 석굴 수는 총 236개로 파악되고 있으며 예배굴과 승방굴로 나뉜다. 초르타크 산은 사막에 있는 산으로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불모의 산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투르판 지역까지 이어진다.

3세기부터 500년 걸쳐 조성된
중국의 4대 불교 석굴 중 하나

키질석굴의 예배굴은 중심주굴이 전형적인 구조이고 벽화는 주로 파란색 안료를 사용해 부처의 전생도를 그려놓고 있다. 특히 벽화의 구조는 마름모꼴의 프레임을 사용해 장면 장면을 구도 안에 그려놓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파란색의 안료는 청금석(라피스라줄리; lapis lazuli)을 갈아서 그린 것이다. 투탕카멘 마스크의 눈 부분과 무덤 내의 벽화 일부에도 청금석 안료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사용의 예는 파란색의 안료가 귀한 당시에 그들의 신앙심을 볼 수 있다.

현재 훼손이 심해서 중점 관리되고 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유적으로만 봐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키질’은 위구르어로 붉은색이란 뜻. 하지만 석굴은 세월에 빛바랜 채, 절벽에 숭숭 뚫린 구멍으로 있다. 3세기 말부터 약 500년에 걸쳐 조성되었고, 현존 중국의 불교 석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4대 불교석굴 중의 하나. 확인된 굴 236개, 미발견 굴까지 300여 개 이상이며, 한때는 만 명이 넘는 승려가 수행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벽화의 기법도 서역기법에 중원의 기법을 가미한 아름다운 회화작품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답게 채색된 미륵보살상
경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대표적인 38굴은 현재 남아 있는 형태를 통해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38굴의 입구 천정에는 미륵보살상이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다. 승방굴은 입구에서 통로를 통해 들어가면 우측에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는 개인방과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한 거실 개념의 공간이 존재한다. 거실 내부에는 벽면 일부를 파들어가 경전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비교적 후대에 발견된 신1굴과 신2굴 천장에서는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보살군도를 볼 수 있다. 현재 ‘구역’으로 알려 있는 구마라집의 번역 경전은 대부분이 대승 불교 경전에 해당된다.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된 대승 불교를 본격적으로 중국으로 전했던 구마라집이 쿠차 출신임과 동시에 바로 이 키질 천불동에서 수행과 경전 연구를 했다는 점은 중국, 한국, 일본에 전파된 대승 불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문무왕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외래교수 [불교신문 37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