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는 나무

소요태능(逍遙太能)

 

 

臨參屈㫬 由海而東 七傳玄焰 西山有翁

寔繁龍象 法海冲瀜 我師妙悟 拔乎其業

寶月秋水 淸明在躬 有緣此土 慈雨涳濛

無影古樹 慧柯光榮 俄告潛輝 三籍渢渢

於千萬稷 像塔惟崇 小子獻文 政媿倥侗

 

참구하는 법이 바다 건너 동쪽으로 일곱번 전하여 빛나니 서산스님이시다. 이 많은 용상이 법해에 가득하나 우리 스님의 묘한 깨달음은 그 중에서 빼어났다. 가을 물에 밝은 달로 맑고 밝음이 스스로에게 있어 인연 있는 국토에 자비의 비로 내려 가득하고 그림자 없는 고목은 혜가의 광영이요 감춰둔 빛이라 말하겠다. 유불도가 그렇다 이야기 하고 천만 직책이 진영과 승탑을 숭상한다. 소자가 바치는 글이 괴이하고 무지 몽매 합니다.”

 

선암사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 1649) 선사의 진영에 실린 예운혜근(猊雲惠勤, 19세기말~20세기 전반 활동)의 영찬이다. 예운스님은 선암사에서 경봉익운(景鵬益運, 1836~1915)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내외전에 조예가 깊고 문장이 뛰어나 <육조정상탑 방광론>를 비롯해 <청암사사적기>(1914년), <침명당행장>(1914년) 등의 글을 남겼다. 특히 소요스님의 11세손으로서 선암사 대각암에 머물며 <소요대선사행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예운스님의 영찬에는 소요스님의 행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3세에 출가한 소요스님은 부휴선수(浮休善修)로부터 경률을 익힌 후 서산휴정(西山休靜)에게 가르침을 받아 법제자가 됐다. 영찬에 “칠전현염(七傳玄焰) 서산유옹(西山有翁)”, “아사묘오(我師妙悟) 발호기업(拔乎其業)”은 보우스님의 7세손인 서산스님, 서산스님의 많은 제자 가운데 단연 뛰어난 자질을 보인 소요스님을 뜻한다.

 

“무영고수(無影古樹)”는 서산스님이 소요스님에게 내린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워 와서 물 위의 거품에 다 살라 버린다”는 법게(法揭)의 일부이다. 언어 모순이 가득한 이 화두(話頭)는 스님이 20년 동안 여러 선지식을 찾아 법을 구하였지만 결국 서산스님께 돌아와 그 해답을 얻었다는 일화와 함께 소요스님의 수행 과정과 깨달음을 상징한다. 소요스님의 삶과 사상이 담겨 있는 진영은 안타깝게도 현재 도난 되어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불교신문3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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