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생활 새긴 암각화

 

2025년 7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가 우리나라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등 문화유산 15건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한국의 갯벌 등 자연유산 2건을 포함해 총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바위그림을 뜻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주변에 위치한 유적이다.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국보 258호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다른 하나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다.

이 암각화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를 통해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시대 사람들의 창의성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했다. 약 6000년의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온 선사시대 인류의 예술적, 문화적 상상력을 증명하며, 동아시아 암각화 유산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장면 등 312점의 그림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특히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을 묘사한 장면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문화유산이다. 마치 넓은 바다를 내려다본 듯 한 시선을 바탕으로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를 생생히 표현했다. 묘사된 고래만 해도 50마리 이상이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에 620여 점의 다양한 그림과 기하학적 문양, 문자 등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의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이 인상적이다.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새겼을 것으로 보이는 명문도 있어 6세기 무렵 신라 사회상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귀중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하류에 있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긴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40일 이상 물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신규 유산 등재를 결정하면서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여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공사 상황을 유네스코와 공유하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천하제일 명산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가치를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 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은 세 번째 등재다. 북한은 인류무형문화유산 5건도 보유하고 있다. ‘아리랑’(2014년), ‘김치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 남북 공동 등재), ‘평양냉면’(2022년), 조선 옷차림 풍습‘(2024년) 등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999년 밀레니엄 시리즈의 첫 번째 묶음 선사시대 유물ㆍ유적 중의 하나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우표에 처음 담았다. 이후 2002년에는 내고향 울산 특별우표로 천전리각석의 짐승과 사람 얼굴,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무늬, 명문 등이 새겨진 암각화를 소개했다.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는 한반도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예술,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바위그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동시에, 그 보존과 전승을 위한 더욱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리가 요구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 unesco.or.kr 반구천의암각화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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