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 원천은 사찰성보문화재

 

불교중앙박물관 문화재청 연계
사찰성보박물관 보존환경 개선
성보활용 방안 연구 사업 주목

세계가 문화주도권 잡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 치르는 오늘날
문화선진국 사는 우리 불자들

한국문화 토대 불교문화 바탕
우수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신앙과 함께 문화발전 이끌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78호(왼쪽 사진), 83호 반가사유상. 한국 고대문화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불상이면서도 원래 소장처를 알 수 없는 대표적인 성보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형인 문화재
사찰성보문화재는 한반도에 불교 전래와 함께 조성되기 시작한 삼국시대 이래 10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온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며 현재까지 전해졌다. 가장 큰 특징은 고궁이나 서원처럼 이미 사람은 없어지고 그 겉모습만 드러내는 문화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현재 진행형 문화재라는 점이다.

사찰성보문화재가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는 많은 역사적 부침이 있었다. 특히 몽고침입과 임진왜란 등 전란을 겪으면서 대부분 소실되기도 하였으며, 사회이념의 변화로 훼손되는 불행한 시기도 겪었다. 이러한 전란을 피한 불교문화재도 근대 이후 일제시대와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 무사하지 못했다. 일제시대에는 무참한 도굴로 수많은 문화재가 도괴되고 일본으로 반출되거나,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해방 후 미군정과 6〔25전쟁의 혼란 속에서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전쟁 중에 수많은 사찰과 성보문화재가 소실되었다.

도난의 표적이 된 사찰성보문화재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서도 사찰성보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찰성보문화재는 도난의 주 표적이 되었는데, 특히 피해를 많이 입은 것은 불교회화였다. 불화는 불상과 함께 예배의 대상으로 늘 개방되어 있는 법당 안에 걸려 있었다. 크기가 상당한 불화라도 비교적 가볍고, 장황된 부분과 틀을 남겨 놓고 그림 부분만 오려서 접거나 말면 부피를 줄여 쉽게 반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난당한 사찰성보문화재는 어두운 거래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매매되었으며, 이러한 암거래는 도난을 더욱 부채질 하는 꼴이 되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찰에서 반출되거나, 도난 된 사찰성보문화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원형이 훼손되는 것이다. 불화의 화기(畵記)를 오리거나 지우고, 고의로 손상시켰다. 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나 불상의 복장에서 나온 경전을 비롯한 여러 보물들은 본래 소장했던 사찰 이름 등을 훼손시켜서, 이 성보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없게 하여 세상을 떠돌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78호, 83호 반가사유상이다. 한국 고대문화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불상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상한 이름이 아닌가.

조계종단에서는 1999년에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하였다. 이 책에 실린 도난문화재는 신고 된 문화재만 실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불교문화재가 도난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2000년대부터는 국가기관과 함께 사찰에 소장된 성보를 조사하여 공개함으로서 도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성보의 환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외 문화재 경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확인되는 경우 사찰성보문화재가 사찰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 허술한 법규를 개정하여 불법 유통을 근절시키고 있다.

완주 위봉사 목조 관음보살입상ㆍ지장보살입상도 도난당했다 되찾은 문화재이다.

 

최근(4.20~6.12)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환지본처(還至本處)’ 특별전시회는 도난 되었던 성보문화재가 그동안 종단의 노력으로 환수되어 본래의 사찰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며, 사찰로 돌아갈 성보들을 공개한 자리였다. 전시를 통해 불상과 불화, 탑에서 나온 불상, 불상의 복장에 봉안되었던 조성기 등 그야말로 사찰에 소장된 성보문화재들이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도난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성보보존 활용을 위한 성보박물관
현재 사찰에 남아있는 성보문화재는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고난을 이겨낸 소중한 것이다. 이러한 성보문화재의 안전과 보존을 위해 설립한 기구가 성보박물관이다.

사찰에서 성보박물관을 세우게 된 계기는 1995년 한국의 승보사찰인 순천 송광사에서 벌어진 16국사 진영 도난사건이었다. 국사전 흙벽을 부수고 훔쳐간 진영은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늘 개방된 사찰의 불전에는 관광객들이 드나들어 보다 안전한 장소가 필요해 사찰성보박물관이 건립되었다. 사찰성보문화재는 본래 조성된 자리에서 예경의 대상으로 모셔지는 것이 당연하나 보존상 성보박물관으로 이운되어 봉안된 문화재가 상당하다.

현재 조계종단 산하 성보박물관은 49개소로 교구본사를 비롯해 규모가 있는 사찰은 대부분 성보박물관이 있는 셈이다. 처음에 10억원 규모로 교구본사 중심으로 세워졌던 성보박물관은 박물관 기능을 하기에는 시설도 적합하지 않았고, 사찰에서는 운영 예산에 대한 부담이 커서 애물단지로 전락되기도 하였다. 성보를 보존하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이 오히려 보존환경이 엉망이어서 그 훼손을 재촉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높았었다.

과거 종단의 성보문화재 관리 능력이 미비할 때는 사찰의 성보문화재를 인근의 타 기관 박물관에 계속 맡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성보박물관의 역할과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었다. 또한 사회발전에 따라 문화적 성숙도도 고양되고, 사찰에서는 성보문화재 보존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여러 보완책이 마련되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문화재청과 함께 사찰성보박물관의 보존환경 개선과 예방적인 문화재 보존ㆍ관리 및 활용 방안을 강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보박물관 보존환경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오래된 유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항온항습기를 24시간 가동하는 것이 원칙이나,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원활하지 않았었는데,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이에 대한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성보문화재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사찰 담당자들의 보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정문화재 중심의 관리제도에서 제외된 중요 비지정문화재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존처리를 실시하고 있다. 운영 재원과 전문적인 관리가 부족한 성보박물관에는 성보관리 전문 학예사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문제점이 해결되어야겠지만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사찰성보문화재 50선’에 게재한 문화재는 되도록 사찰성보박물관에 소장중인 것을 선택하였다. 아니 골랐다기보다 대부분 중요한 성보문화재가 사찰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또 하나 선정 기준으로 중요하게 삼았던 것은 종전에 소개되었던 성보문화재보다 새롭게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것을 우선시하였다. 사찰성보문화재에 대한 연구자가 늘어나고 그 가치에 대한 조명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해진 까닭이다.

종단에서 성보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담당자이자 연구자로서 성보문화재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혜택이자 복이다. 그래서 사찰성보문화재 관리의 일선이 된 성보박물관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특별하다. 앞으로도 사찰에서는 성보박물관을 중심으로 전통문화의 원천자료인 사찰성보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 세계가 문화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을 소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한국은 수준 높은 문화선진국으로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불교문화를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신앙과 더불어 한국문화를 고양하고 발전시켜갔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이분희 문화재전문위원ㆍ불교중앙박물관 팀장 [불교신문 37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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