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채화

 

궁중채화(宮中綵花)는 궁중의 연회나 의례를 장식하기 위해 화려하게 만든 가화(假花)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크고 작은 궁중 행사와 잔치에 궁궐 소속 화장들이 만든 채화를 사용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겼으나, 국가 무형 유산 제124호 궁중채화 보유자 황수로 장인이 고문헌을 바탕으로 복원에 성공하며 오늘날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궁중채화의 제작 방식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인 《순종진연의궤》, 《고종임인진연의궤》 등 조선 왕실 의궤에 기록되어 전해집니다. 제작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섬세합니다. 아름다운 비단이나 모시에 자연염료로 색을 입힌 뒤, 이를 꽃잎 모양으로 오려 다림질합니다. 그런 다음 꽃술과 꽃잎 하나하나에 송화와 밀랍을 입혀 손으로 빚어냅니다. 이렇게 완성된 채화는 연회 공간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궁중 의례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궁중채화는 ‘지당판(池塘板)’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당판은 궁중 연회에서 정재(呈才)를 공연하기 위해 설치한 무대의 중심으로 주로 학춤(鶴舞)과 연화대(蓮花臺)를 출 때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궁중에서 가무를 위해 연꽃 연못을 조성한 화려한 꽃 무대로, 내진연(內進宴)에서는 가인전목단무, 처용무, 장생보연지무 등 지당판을 빙빙 돌며 목단꽃을 꺾어 들고 춤을 추었습니다. 이번 우표에서는 순조기축진찬 지당판과 고종정해진찬 지당판을 소개합니다.

 

《순조기축진찬의궤》를 바탕으로 재현된 순조기축진찬 지당판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연잎 모양으로 만들어진 지붕 아래로 칠보등롱(七寶燈籠)과 지붕 양쪽의 두 개의 술이 드리워져 고풍스러운 멋을 더합니다. 중앙의 칠보등롱에 불을 밝히고, 연꽃이 만발한 연지(蓮池)를 무동과 무희들이 빙빙 돌며 연꽃을 꺾어 들고 연화무(蓮花舞), 처용무(處容舞), 사선무(四仙舞) 등의 춤을 춥니다. 지당판의 연꽃은 대연봉과 연잎, 활짝 핀 연꽃, 피어오르는 연꽃과 잎 등으로 물 위에서 조화롭게 피어 있습니다.

 

《고종임인진연의궤》를 바탕으로 재현된 고종정해진찬 지당판은 또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순조기축진찬 지당판과 달리 주칠(朱漆, 누런색이 조금 섞인 붉은색의 칠)을 한 지붕의 네 귀퉁이마다 술이 달려 있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큰 연꽃 송이가 양쪽에 각각 자리하고 있으며, 모든 꽃의 왕이라 불리는 목단화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궁중채화는 궁궐을 장식하던 단순한 장식품이 아닙니다. 조선 왕실이 추구한 길상(吉祥)과 상서(祥瑞)의 철학, 미의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조형 예술작품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영원을 노래한 궁중채화가 앞으로도 계속 보존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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