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과 신선한 원료로 빚은 고집스러운 전통주
강진 병영면에서 50년 넘게 병영주조장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견식 명인. 그는 술을 빚을 때 최상의 원료와 물, 그리고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병영소주에 사용되는 원료 중 첫째는 물이라는 것이 김견식 명인의 생각이다.


병영소주 재현을 위해 물 선택을 골몰하다가 조선시대 병마절도사가 마셨다는 수인산 병영성 내의 ‘사또샘’에서 용솟음치는 맑은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병영성 내에는 9개의 우물이 있었으며, 이들 샘물 맛이 좋아 자물쇠를 채워놓고 사또가 전용으로 사용했다고 하여 사또샘, 어사샘이라고 했다. 이 사또샘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 병영면 사람들이 즐겨 이용해 왔다.


병영소주는 일반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보리쌀로 제조한 증류식 소주로, 보리쌀을 누룩과 함께 담금하고 약 3주 이상 숙성시킨 후 여과와 증류를 통해 빚어진 40도의 술이다. 도수가 높은데도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온화하다.


그 외에도 새롭게 개발한 붉은 빛깔의 ‘병영설성사또주’는 값비싼 강진산 햅쌀과 국내산 오디, 복분자 등 최상의 원료를 사용한 차별화된 전통주이다. 국내 대다수의 양조장이 햅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주정용 정부미나 수입쌀을 원료로 하고 있는 반면에, 김견식 명인은 가장 신선한 원료에서 좋은 술맛이 난다는 일념으로 강진산 햅쌀과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레드와인을 닮은 ‘병영설성사또주’의 환상적인 술 빛깔은 구미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특히 오랜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운 목 넘김은 40%라는 높은 알코올도수를 잊게 해 자꾸 술잔을 들게 만든다.

지극정성의 철학을 담은 가양주
예부터 병영면은 집에서 담그는 가양주(家釀酒)가 성행했던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병영성 설치 이후, 많은 술이 익어가는 마을로 길손들의 발길이 잦았으며,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병영소주를 비롯하여 해성소주, 백주 등 도수 30%의 증류주를 빚어 즐겼다. 이곳 주민들은 병영소주를 ‘불내나는 술’이라고 했으며, 지금의 병영주조장에서도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술을 빚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병영주조장은 2010년 남도전통술 품평회에서 병영소주, 청세주, 설성동동주로 최우수상 3관왕을 차지했으며, 그해 남아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기원 대표 막걸리로 설성 동동주가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는 ‘병영설성사또주’가 대상을, 2013년에는 미국 주류품평회와 영국 주류품평회에서 각각 은상과 아웃스탠딩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림으로써, 조선시대 병영소주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김견식 명인은 “혼을 불어넣어 ‘작품’을 완성한다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술이 출시된 이후에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한다. 지극 정성이면 하늘이 알아준다는 생각이 그의 양조철학인 것이다.

Tip. 어울림이 좋은 안주 ‘올리브바지락찜’
가장 흔한 조개인 바지락. 강진에 병영소주가 있는 것처럼 바지락 또한 강진 앞바다인 섬진강 하류에서 많이 생산된다. 그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여 찌개나 국물 요리에 많이 이용되는 바지락은 어류에 비해 단백질은 적으나 소화가 잘되며 영양가가 높다. 특히 간 기능 회복에 좋은 비타민 B12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도수가 높은 병영소주와 맛은 물론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글‧박록담(한국전통주연구소장) 사진‧안지섭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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