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명주, 천 년의 유래
송화백일주의 유래는 1300년 전 신라 진덕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교사와 집』에는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영희(靈熙)와 영조(靈照) 등의 승인들과 수도 후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송화곡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수왕사사지』에도 모악산 고지 아래 있는 수왕사에서 수도승들이 기압차에 의한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나무 꽃을 이용한 곡차(송화백일주, 송화오곡주)를 빚어 마셨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송화백일주는 수왕사에서 천년 이상 전해 내려온 명주인 셈이다. 일제강점기와 밀주 단속이 강화됐을 때도 송화백일주의 맥이 끊기지 않았던 이유는 제조비법을 전수받는 이가 수왕사 주지들이었기 때문이다.
송화백일주는 산사의 술로는 식품명인과 문화재(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대표 명주이다. 지금은 전북 완주의 모악산 수왕사 주지로 있는 벽암 조영귀 스님과 그의 전수자인 조의주가 함께 빚고 있는데, 산사의 수행 중 얻게 되는 혈액순환 장애와 위장병, 고산병 증세인 두통 등을 견디기 위해 소량으로 빚어 약으로 음용하였다.
대중에게는 솔향이 깊고 신경통과 원기회복에 좋은 약술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350년 전 도통한 스님으로 잘 알려진 진묵대사가 빚어 마셨다는 유래와 함께 그에 따른 전설도 전한다.
정성으로 빚는 100일간의 솔향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를 비롯해 산수유, 구기자, 국화, 당귀, 하수오, 감초 등의 약초와 수왕사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와 찹쌀, 멥쌀, 누룩을 혼합하여 100일간 발효·숙성시킨 후 증류한 소주를 또다시 100일간 숙성시켜 정성으로 빚어내는 술이다. 솔향이 깊은 술로 한 잔을 입 안에 머금는 순간 마치 숲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명주이다.
산사에 특별한 사람이 올 때는 소나무 밑에서 100일 동안 저장 해놓은 술을 꺼내어 생솔 3근을 넣은 후 술을 내놓는다. 멋과 맛, 향이 어우러진 술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이다 .
청량감을 주는 솔향의 송화백일주와 곁들여 먹기에는 가벼운 안주가 궁합이 좋다. 과일이나 횟감이 적절하기 때문에 여름에 즐기기에는 그만인 전통주이다. 여름이 제철인 천도복숭아나 포도, 자두와 같이 달큰한 향이 강한 과일이 입맛을 돋운다. 그 외에도 식사 시 송화백일주를 한두 잔씩 곁들이면 위암이나 직장암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대용량의 송화백일주(38%)는 산사 아래에서 빚어지는데 이때는 16도의 약주인 송죽오곡주도 빚고 있다. 송죽오곡주는 보리, 콩, 조, 수수, 팥의 오곡과 솔잎, 댓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를 넣어 빚어지는 약주이다. 진한 솔향이 일품인 술에 곁들여 산채 나물을 먹게되면 더욱 깊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Tip. 여름 과일 브루스케타
브루스케타(Brustchetta)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전채요리이다. 여름철 과일인 새콤달 콤한 살구에 짭조름한 하몽(스페인 전통 음식인 소금에 절인 돼지 뒷다리 생햄)을 싸서 살짝 구운 바게트 위에 올린다. 빵 위에는 크림치즈 혹은 녹차 스프레드를 발라 풍미를 더하고, 새콤한 맛을 높이기 위해 산딸기를 올려 완성한 브루스케타.
글‧조정형(이강주 명인) 사진‧안지섭 출처;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