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나가 놀아라!
요즘 아이들은 주로 실내에서 많이 논다. 가까운 곳에 놀이터도 있고 공원도 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아서인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노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파트가 아니라 좁은 집에서 살 때에는 어림도 없었다. 아이들끼리 재미가 나서 좀 놀라치면 ‘나가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오죽하면 코미디 프로그램에 ‘애들은 나가놀아라~’라는 유행어가 있었을까?
그만큼 밖에서 노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밖에 나가서도 PC방, 노래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과 들이 있는 그곳에서 자연스레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나무에 기어올라 새알도 훔쳐내고, 시냇물에 들어가 물고기도 잡고,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흙장난도 했다. 그렇게 땅을 딛고 놀던 옛 아이들이 하던 바깥놀이들은 매우 다양하다. 간단하게 선을 그어 놓고 구슬치기, 비사치기도 하고 그 보다 더 큰 놀이판을 그려서 그 위에서 달팽이 놀이, 이랑타기 등의 놀이도 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소개할 8자놀이는 집뺏기, 진지점령하기, 8자 가이생 등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어린 아이들보다는 좀 큰 아이들이 주로 하던 놀이이다.
마음대로 안되는데 재미있네!
8자놀이는 방법이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 놀이를 해보면 변수가 많이 있다. 우선 놀이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두 편으로 나누어 하는 놀이로 한 편 이 보통 5~7명 정도가 적당하다. 8자모양의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의 크기는 인원수에 따라 조절하여 그린다. 8자의 양쪽의 둥근 원 안이 각자의 집이 되며 8자의 양쪽 끝에는 안쪽과 바깥쪽에 걸치도록 각각 둥근 원을 또 그려두는데 8자안 쪽의 반원은 ‘만세통’이고 8자 바깥쪽의 반원은 ‘쉼통’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각자 자기 집에 있다가 놀이가 시작되면 자기 집을 지키는 쪽과 상대의 집을 차지하는 쪽으로 나누어 움직인다. 이 때 자기 집이나 집 밖의 쉼통에서는 두 발로 있을 수 있지만 집 밖과 남의 집 안쪽에서는 모두 깨금발로 있어야 한다. 쉼통에서는 서로 다른 편이 만나도 싸우지 않지만 밖에서 만나거나 집 안에서 서로 다른 편이 만나면 서로 밀거나 쫓아다니면서 상대를 공격한다. 이때 집 안에 있다가 집 밖으로 나갈 때에는 8자의 벌어진 부분, 즉 출입구를 통해 다녀야 하며 깨금발로 있어야 하는 곳에서 두 발로 있거나 집 안에서 밖으로 상대에 의해 끌려 나오면 죽는다. 죽은 사람은 놀이판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어느 한 편이 모두 죽거나 한 명이라도 상대편 집 안의 만세통을 찍게 되면 놀이가 끝이 난다.
놀이판을 보거나 놀이방법을 들어보면, 손쉽게 상대편 집의 만세통을 찍고 그야말로 ‘만세’를 외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상대편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못 넘어갈 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험난하다. 평소에는 만만해 보이던 친구나 동생이 다가와 나를 주저앉히려고 하는데 그 힘이 보통이 아니고 깨금발로 금세 갈 수 있을 것 같은 상대편의 집도 왜이리 멀기만 한 건지. 그렇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지만 같은 편끼리 작전을 짠다며 속살거리고 은밀한 눈짓을 주고받는 재미가 크다. 이번에는 꼭 이길 것만 같은데 마음대로 안 되어서 화도 나고 분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 아이들은 마음대로 안되지만 자꾸만 하고 싶어 한다.
자꾸 자꾸 하고 싶은 마음이 또 다른 놀이로 이어지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되어서 유명해진 전래놀이 중에 ‘오징어놀이’가 있다. 이와 비슷한 놀이인 개뼈다귀놀이, 네둠벙놀이 등은 놀이판의 모양은 다르지만 규칙이 비슷해서 8자 놀이와 같은 류(類)의 놀이로 볼 수 있다. 비슷한 놀이들이 계속해서 놀이판의 모양을 바꾸어 가며 변화 발전해 온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런 놀이들이 가진 매력이 그만큼 남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두 편으로 나누어 서로의 힘과 꾀를 겨루면서, 때론 시기하고 때론 동무의 꾀에 감탄하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어른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가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 가는 것이다. 무언가를 스스로 깨달아 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만큼 깊고 오랜 기억을 남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배우는 수많은 것들을 이루는 저기 어디쯤에 8자놀이가 있지 않을까?
글. 이수정 (사)놀이하는 사람들 상임이사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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