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두 개 콩밥덩이, 서대문형무소

 

감옥은 죄수에게 끝없는 고통을 주는 공간으로 사람을 가두거나 외딴섬에 격리 수용시키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19세기 이후에는 수감자를 교화해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국의 功利(공리)주의자 Jeremy Bentham(1748~1832, 영국)은 감시와 통제가 편리한 원형 감옥 형태의 panopticon을 제안했다. 프랑스의회는 제르미 벤담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한다. 파놉티콘 구조는 원형 감옥의 중앙에 간수가 있고 주변에 죄수들이 있는 형태다. 중앙을 어둡게 하고 주변을 밝게 하여, 간수는 죄수를 감시하기 쉽지만,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어 끝없는 감시의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소 인력으로 최대 감시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구조가 파놉티콘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조선통감부가 의병 등 반일 세력을 수용할 목적으로 만든 근대식 감옥이다. 우리 근·현대사 격동기의 수난과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옥사는 일본인 건축가 四天王要馬(시텐노 가즈마)의 설계에 의해 붉은 벽돌로 지어졌고, 구조는 수감자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파놉티콘 형태다. 1908년(순종 2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어, 서대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 등의 이름으로 1987년까지 80년간 사용되었다.

특히 8호 감방은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수감되었던 곳이다. 면적이 매우 좁고 창문이 거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곳에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혹독한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사형장은 다른 감방과 격리된 채 비밀스럽고 두려운 장소다. 수감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심리적 공포를 느끼도록 매우 차가운 분위기였다. 교수대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천장에는 밧줄이 걸려 있었다. 사형 집행은 신속하게 이루어져, 집행 후 시신은 은밀히 처리되었다.

1919년 3·1운동으로 형무소의 수감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용운, 김마리아, 유관순 등이 독립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김구, 안창호, 윤봉길, 여운형, 강우규, 백정기, 이회영, 신채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수감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어 반민족행위자와 친일세력이 수용되었다.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 활동이 와해한 이후에는 오히려 독립운동가였던 정치인이 수감되었고, 한국전쟁 중에는 반공, 친미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투옥되기도 하였다.

4·19혁명과 군사독재 시절에는 서울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어 민주화 운동가들이 고초를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대중, 문익환, 함석헌, 윤이상, 유달영 등 현대 정치사의 운동권과 재야인사 등이 옥고를 치렀다. 조봉암, 김두한, 김재규, 문세광 등도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1998년부터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조되어 일제강점기의 참혹한 역사를 교육하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자유와 민주, 평화를 향한 고난과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015년 한국인 강제 징용의 아픔이 있는 일본 端島(하시마섬, 軍艦島)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일본의 과거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서대문형무소를 등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감옥 건물 3개 동과 사형장이 1988년 사적 제324호로 지정된 서대문형무소는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에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하면서 열사가 수감되어 옥사한 서대문형무소를 소형쉬트의 배경으로 담았다.

전중이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두 무릎 꿇고 앉아 주님께 기도할 때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

선죽교 피다리(8호 감방 노래)

panopticon은  소수가 다수를 감시하는 파놉티콘에 비해 다수 국민이 소수 권력자를 감시하는 사회를 Thomas Mathiesen(노르웨이 범죄학자)은 synopticon이라 명명했다.
전중이는 징역살이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참고문헌] 「1페이지 한국사 365」, 2020, 심용환, 비에이블.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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