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환경과 정성으로 빚어내는 누룩
막걸리 제조의 비법은 어떤 물과 누룩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금정산성 지하 180m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산성막걸리의 구수한 맛과 은은한 향을 따라올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산성마을에서 직접 밀을 갈아 만든 누룩을 사용한다. 누룩을 제조하는 방식은 500년 전통의 족타식(보자기 싸서 발로 밟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통밀을 반쯤 부숴 물에 이긴 다음 보자기에 싸서 발로 밟아 두께 2~3㎝, 지름 30㎝의 누룩판을 만든다. 누룩판을 누룩방에 넣고서 약 2주간 띄워 누룩을 만든다.


산성마을은 술 빚기에도 환경이 참 좋은 곳이다. 마을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평지 마을보다 기온이 섭씨 4도 정도 낮다. 자연히 저온 발효가 이루어진다. 발효가 고온에서 일어나면 알코올 이외의 물질이 발생하여 술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나, 저온에서는 발효가 천천히 일어나 잡냄새가 덜하며 향이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난다.

전통방식 고수하며 우리 술을 지킨다
산성막걸리의 역사는 조선시대 숙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성을 쌓을 당시, 누룩을 띄워 술을 담가 마셨다고 한다. 그 후 산성 주위에 살던 화전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어온 것이다. 지금도 산성마을 여기저기에 직접 만든 누룩을 판매한다는 반가운 간판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장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밀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입국(粒麴)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입국은 당화효소를 생산하는 곰팡이를 배양한 것으로 일본식 명칭은 ‘고오지’이다. 막걸리 제조용 입국은 백국균(白麴菌) 등을 증자(물을 가한 발효 원료에 수증기를 불어넣어 살균하는 것)한 쌀이나 밀가루에 배양한 것으로, 이것은 막걸리 발효과정 중 전분의 당화, 향미 부여, 잡균의 오염방지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막걸리 양조장에서는 대량생산의 편의성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백국균을 뿌려 만든 입국에 찐 밀가루와 물을 섞고 조효소(助酵素)나 효모 등을 첨가하여 술을 빚는다. 하지만 금정산성막걸리는 조효소나 효모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누룩을 직접 만들어 고두밥과 누룩만 가지고 술을 빚는다. 전국 800여 개 양조장 중 이처럼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곳은 몇 군데에 불과하다. 누룩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려 걸려 단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빚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 금정산성막걸리의 행보가 우리 술을 지킨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맛 좋은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의 부활
금정산성막걸리의 작업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누룩을 만들기 위해 밀을 깨끗이 씻은 뒤, 둥근 누룩 틀에 넣어 형태를 잡으며 발로 밟는다. 그리고 누룩방에 집어넣은 후 15일 정도 띄운다. 쌀로 고두밥을 지어 발효 탱크에 넣고 누룩가루를 넣은 다음 물을 부어 발효시킨다. 이때 쌀은 100% 경남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는 고두밥에 효모를 넣어 밑술을 만들고 두 번에 나눠 발효시키지만, 이곳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술을 빚되 고두밥과 누룩을 단 한 차례 섞어 발효시킨다.


금정산성막걸리의 발효실 탱크 안에는 날짜별로 술이 익어가고 있다. 발효 첫째 날에는 가스 생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밀 누룩이 위에 떠 있어 단단한 고체 형태로 보인다. 이틀째부터는 가스가 나오고 술 익는 소리가 들린다. 섭씨 20도 이상에서 일주일이 지나 발효가 끝나면 여과하여 병에 담는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부패하기 쉽지만 금정산성막걸리는 오래 보관하면 식초가 된다고 한다. 요즘 식초로 변하는 막걸리도 그리 많지 않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누룩을 살리는 일이 전통 막걸리를 살리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옛 방식을 고집해온 술이다. 막걸리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양조장을 운영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도 누룩만 사용하여 술을 빚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누룩을 사용하여 맛 좋은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들이 많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Tip. 맛있는 퓨전 조화 ‘베이컨 마전’
막걸리의 친구라 할 수 있는 ‘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녹두전이나 해물파전 대신 간단하면서도 영양 만점인 ‘베이컨 파전’을 추천한다. 마의 끈적끈적한 성분이 위를 보호하기 때문에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좋으며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 하지만 그 끈적끈적함 때문에 먹기를 꺼려했다면 전으로 부쳐 별미로 즐길 수 있다. 고명으로 베이컨을 올리면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아도 좋은 맛을 낸다. 다 부친 베이컨 마전 위에는 루꼴라 잎을 곁들여 상큼함을 더하자. 
 
글‧이원종(국립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진‧안지섭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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