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치 철학과 미학이 담긴 경회루
경회루(慶會樓, 국보)는 서울 경복궁 서쪽 연못 위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 건축물이다.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연회 공간이자 공식적으로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경회루는 연회공간을 넘어 조선의 정치 철학과 미학을 반영한 건축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못과 건축의 조화,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구조, 자연을 품은 공간 구성은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인 국가관과 미적 감각을 담아내고 있다.
조선조 태조 4년(1395) 경복궁을 처음 지을 때는 작은 규모였다. 태종 12년(1412) 4월, 연못을 넓히면서 박자청(朴子靑, 1357~1423)이 맡아 2층 건물로 8개월 만에 건립하였다. 이후 임진왜란 때 돌기둥만 남기고 타버렸으나, 270여 년이 지난 고종 2년(1865) 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할 때 다시 지어졌다.
박자청은 청계천을 조성하고, 성균관 문묘와 창덕궁을 건설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다. 그는 단순한 건축 기술자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배치를 중시하였다. 경회루 역시 이러한 그의 건축 철학이 반영되어, 연못과 누각이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지도록 배치하였다.
경회루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는 구조로, 이를 위해 견고한 화강암 기단 위에 48개의 배흘림기둥을 세웠다. 건물은 앞면 7칸, 옆면 5칸으로 너비 34.4m, 측면 28.5m에 달하며, 조선시대 궁궐 건축양식인 팔작지붕을 갖추고 있다. 배흘림기둥은 아래쪽이 가늘고 위쪽이 점차 두꺼워지는 곡선미를 지녀 건물에 안정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부여한다.
팔작지붕은 경사진 네 면과 완만한 두 면으로 구성되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실루엣을 연출한다. 추녀마루와 용마루에는 장식 기와가 사용되어 세부적인 미적 요소를 더했다. 1층 바닥에는 네모난 벽돌을 깔아 단단한 느낌을 주고, 2층 바닥은 마루 높이를 3단으로 설계하여 왕과 신하들이 지위에 따라 자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건물은 돌다리 3개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며, 연못과 함께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경회루는 연못 안에 인공으로 조성한 섬에 세웠으면서도 그 기초를 견고히 하여 건물이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하였다. 연못에 비친 건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하였고, 2층 누각에서는 주변 경관인 인왕산·북악산·남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사계절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뤄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웅장한 아름다움을 갖춘 누각이다. 봄에는 벚꽃과 함께 어우러지고, 여름에는 푸른 연못과 녹음이 조화를 이루며,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 덮인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경회루는 단순한 연회 공간을 넘어, 조선의 정치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장소였다. 왕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함께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기고 하였으며, 외국 사신을 맞이하여 조선의 위엄과 문화를 보여 주는 공간으로도 활용하였다. 또한, 문인과 학자들이 모여 시를 짓고 음악을 감상하는 장소로 쓰였으며,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권력의 중심지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적 교류와 예술이 함께한 장소였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조선 왕실의 웅장한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서 조선의 정치 철학과 미학을 담은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부 관람은 제한적이지만, 특별한 기간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경회루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제공되기도 한다.
경회루가 우표로 처음 발행된 것은 1961년 400환 항공우표다. 이후 같은 도안으로 화폐개혁으로 액면만 바꾸어 1963년 40원, 1964년 5월에는 우정마크투문 용지에 40원, 1964년 12월에는 섬유들이 용지에 112원 항공우표로 발행되었다. 1978년에는 세계관광의 날 기념우표로도 발행되었다.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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