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통(感通) 제7(第七)

 

선도성모(仙桃聖母) 수희불사(隨喜佛事)


진평왕(真平王)대에 지혜(智惠)라는 비구니(比丘尼)가 있었는데 어진 행실이 많았다. 안흥사(安興寺)에 살면서 새로 불전(佛殿)을 닦고자 하였으나 힘이 모자랐다. 꿈에 한 여선(女仙)이 외양이 아름답고 구슬로 쪽머리를 장식하였는데 와서 위로하여 말하였다. “나는 선도산(仙桃山) 신모(神母)이다. 네가 불전(佛殿)을 닦고자 하는 것이 가상하여 금 10근을 보시하여 돕고자 하니 마땅히 나의 자리 밑에서 금을 취하여 주존(主尊)과 삼상(三像)을 장식하고, 벽 위에 53부처(五十三佛)와 육류성중(六類聖衆) 및 여러 천신(天神), 오악신군(五岳神君)을 그리고, 신라(新羅)시대의 오악(五岳)은 동쪽 토함산(吐含山), 남쪽 지리산(智異山), 서쪽 계룡산(雞龍山), 북쪽 태백산(太白山), 중앙 부악(父岳) 또는 공산(公山)이라고 한다. 매해 봄과 가을 두 계절 10일 동안 선남선녀(善男善女)를 다 모아 널리 일체 중생(含靈)을 위하여 점찰법회(占察法㑹)를 여는 것을 항규(恒規)로 삼아라. 본조(朝)의 굴불지(屈弗池) 용(龍)이 꿈에 가탁하여 황제(皇帝)에게 영취산(霊鷲山)에 약사도량(藥師道場)을 길게 열어서 바닷길을 편안하게 해달라고 청했는데 그 일과 또한 비슷하다..”
지혜(智惠)가 곧 놀라 깨어 무리를 이끌고 신사(神祠)의 자리 밑에 가서 땅을 파서 황금 160량을 얻었고 잘 따라서 곧 완성하였으니, 모두 신모(神母)가 이끈 대로 하였다. 그 사적은 오직 남아 있으나 불사(法事)는 폐지되었다.
신모(神母)는 본래 중국 황실(中國帝室)의 딸이다. 이름은 사소(娑蘇)이고 일찍이 신선(神仙)의 술법을 얻어 해동(海東)에 와서 오래 머물고 돌아가지 않았다. 아버지 황제(父皇)가 솔개(鳶)의 발에 묶어 서신을 보냈다. “솔개(鳶)를 따라가서 멈춘 곳을 집으로 삼아라.” 사소(娑蘇)가 서신을 받고 솔개(鳶)를 놓아주니 날아서 이 산에 이르러 멈췄다. 드디어 와서 살고 지선(地仙)이 되었다. 따라서 산 이름을 서연산(西鳶山)이라 이름하였다. 신모(神母)는 오래 이 산에 살면서 나라를 지켰는데 신령한 이적(霊異)이 매우 많아서 국가가 생긴 이래로 항상 삼사(三祀)의 하나가 되었고 서열도 여러 망(望) 제사의 위에 있었다.
제54대 경명왕(景明王)이 매(鷹)사냥을 좋아하여 일찍이 이 산에 올라 매(鷹)를 놓았으나 잃어버렸다. 신모(神母)에게 기도하여 말하기를 “만약 매(鷹)를 찾으면 마땅히 작호를 봉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잠시 뒤 매(鷹)가 날아와서 책상 위에 멈추었다. 이로 인하여 대왕(大王)으로 책봉하였다.
그 처음 진한(辰韓)에 와서 성자(聖子)를 낳아 동국(東國)의 첫 임금이 되었으니 대개 혁거세(赫居)알영(閼英) 이성(二聖)이 나온 바이다. 그러므로 계룡(雞龍)·계림(雞林)·백마(白馬) 등으로 일컬으니 계(雞)는 서쪽에 속하였기 때문이다. 일찍이 여러 천선(天仙)으로 하여금 비단을 짜게 하여 비색(緋色)으로 물들여 조복(朝服)을 만들어 그 남편에게 주니 국인들이 이로 인하여 신이한 영험을 알았다.
또한 국사(國史)에서 사신(史臣)이 말하였다. 김부식(金富軾)이 정화(政和) 연간에 일찍이 사신으로 (宋)나라에 들어갔는데 우신관(佑神館)에 가니 한 당(堂)에 여선상(女仙像)이 모셔져 있었다. 관반학사(館伴學士) 왕보(王黼)가 말하기를 “이것은 귀국(貴國)의 신(神)인데 공(公)은 아는가?”라고 하였고 이어서 말하기를 “옛날에 중국 황실(中國帝室)의 딸이 바다를 건너 진한(辰韓)에 닿아서 아들을 낳았는데 해동(海東)의 시조(始祖)가 되었고, 딸은 지선(地仙)이 되어 오랫동안 선도산(仙桃山)에 있었으니 이것이 그 상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宋)나라 사신 왕양(王襄)이 우리 나라에 와서 동신성모(東神聖母)를 제사지냈는데 제문에 “어진 이를 낳아 나라를 세웠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지금 능히 금을 보시하여 부처를 받들고 중생을 위하여 향화(香火)를 열어 진량(津梁)을 만들었으니 어찌 장생법(長生法)만 많이 배워서 몽매함에 얽매어 있을 것인가.
(讚)하여 말한다.
서연산에 와서 몇십년이나 지났는가(来宅西鳶㡬十霜).
천제의 여인 불러 예상을 짰다(招呼帝子織霓裳).
장생술도 영이함이 없지 않았지만(長生未必無生異)
그래서 금선을 뵙고 옥황이 되었네(故謁金仙作玊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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