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대왕(神武大王) 염장(閻長) 궁파(弓巴)
제45대 신무대왕(神武大王)이 왕위(王位)에 오르기 전에 협사(俠士)인 궁파(弓巴)에게 말하기를, “나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讎)가 있다. 네가 나를 위해 능히 그를 제거해 준다면 왕위(大位)를 차지한 후에 그대의 딸을 취하여 왕비로 삼겠다”라고 하였다. 궁파(弓巴)는 이를 허락하고, 마음과 힘을 같이 하여 군대를 일으켜 경사(京師)로 쳐들어가서 그 일을 이루었다. 이미 왕위(王位)를 빼앗고 궁파(弓巴)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고 했으나 여러 신하들이 극히 간하여 말하기를, “궁파(弓巴)는 미천한 출신이니 왕께서 그 딸을 왕비로 삼는 것은 불가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왕이 그 말을 따랐다. 이 무렵 궁파(弓巴)는 청해진(淸海鎭)에 있으면서 군진을 지키고 있었는데, 왕이 약속을 어긴 것을 원망하여 반란을 모의하려 하였다. 이때 장군 염장(閻長)이 이 말을 듣고 아뢰기를, “궁파(弓巴)가 장차 충성스럽지 않은 일을 하려 하니 소신이 청하건대 그를 없애겠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기뻐하여 이를 허락하였다.
염장(閻長)은 왕의 뜻을 받들어 청해진(淸海鎭)으로 가서 사람을 통해 말하기를, “나는 이 나라의 임금에게 작은 원한이 있기에 명공에게 의지해 신명을 보전하려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궁파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너희 무리들이 왕에게 간(諫)하여 나의 딸을 폐(廢)하게 하고서 어찌 나를 보려고 하느냐”고 하였다. 염장(閻長)이 다시 통하여 말하기를, “그것은 백관(百官)들이 간한 것입니다. 나는 그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명공(明公)께서는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궁파(弓巴)가 이 말을 듣고 청사(廳舍)에 불러들여서 말하기를, “경(卿)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라고 하니, 염장(閻長)이 말하기를, “왕에게 거스른 일이 있어 공(公)의 막하(幕下)에 의탁해 해(害)를 면하려 합니다”라고 하였다. 궁파(弓巴)가 말하기를, “잘 왔다”라고 하며 술자리를 마련하여 매우 기뻐하였다. 염장(閻長)이 궁파(弓巴)의 장검(長劍)을 취하여 그를 베었다. 휘하(麾下)의 군사들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며 모두 땅에 엎드렸다. 염장(閻長)이 경사(京師)로 이끌고 와서 복명(復命)하여 말하기를, “이미 궁파(弓巴)를 베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기뻐하면서 그에게 상을 주고 아간(阿干) 벼슬을 주었다.
'세상사는 이야기 > 삼국유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이(紀異) 처용랑(處容郞) 망해사(望海寺) (0) | 2019.05.27 |
---|---|
기이(紀異) 제48 경문대왕(景文大王) (0) | 2019.05.26 |
기이(紀異) 흥덕왕(興德王) 앵무새(鸚鵡) (0) | 2019.05.19 |
기이(紀異) 조설(早雪) (0) | 2019.05.15 |
기이(紀異) 원성대왕(元聖大王) (0) | 2019.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