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거 초서 무이구곡가 보물1671호
소 재 지;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용산동6가) 국립중앙박물관
윤순거(尹舜擧, 1596~1668)는 조선시대 초서의 대가로 풍화(風花) 대자 초서는 속도감의 활달함과 감각적인 면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윤순거(尹舜擧)의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노직(魯直), 호는 동토(童土)이다. 병풍은 윤선거(尹舜擧)가 송나라 때 주자(朱子) 선생이 지은 무이구곡(武夷九曲歌)가를 초서로 쓴 것이다. 특히 변화를 중시하는 광초(狂草)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글씨체를 이루었다. 힘과 근골(筋骨)을 중시하는 17세기 조선 서예분위기를 반영한 선생의 글씨에서 유연하면서도 강한 필치를 볼 수 있다. 윤순거(尹舜擧) 초서(草書)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는 동토(童土) 윤순거(尹舜擧)의 대표작으로 너그러운 짜임과 쾌속한 운필에서 16세기 초서 명필이던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1517~1584)의 서풍과 연계되며, 또 중봉세(中鋒勢)를 유지한 둥그런 운필에서는 양사언(楊士彦)도 지향했던 당나라 회소(懷素, 8세기 활동)의 광초(狂草)에도 맥이 닿는다. 이러한 서풍은 17세기 대자 초서풍의 새로운 면모를 이루었고 이후 18세기 초서풍에 상당한 영향을 준 점에서 주목되는 필적이다. 종이 바탕도 조선중기 17세기 필적 가운데 가장 큰 예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무이산상유선영 산하한류곡곡청
欲識箇中寄絶處 櫂歌閑聽兩三聲
욕식개중기절처 도가한청양삼성
무이산 위에 신령이 있음인가
산 아래 한류 굽이굽이 맑기도 하다
그 가운데 빼어난 곳을 알고자 하니
돛 노래 한가로이 두 세 마디 들리네.
一曲溪邊上釣船 萬亭峯影潛晴川
일곡계변상조선 만정봉염잠정천
虹橋一斷無消息 萬壑千巖鎖翠煙
홍교일단무소식 만학천암쇄취연
일곡의 냇가에서 낚시배에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 맑게 갠 물에 담겼네
홍교는 한번 끊어진 후론 소식 없고
만학천암은 푸른 연무에 갇혀 있네
二曲亭亭玉女峰 揷花臨水爲誰容
이곡정정옥녀봉 삼화임수위수용
道人不復荒臺夢 興入前山翠幾重
도인불부황대몽 흥입전산취기중
이곡에 우뚝솟은 옥녀봉은
물가에서 꽃을 꽂은 채 누구 위한 단장인가
도인은 양대몽을 다시 꾸지 않는데
흥이나 앞산에 드니 푸르름이 몇겹인가
三曲君着袈壑船 不知停櫂幾何年
삼곡군착가학선 부지정도기하년
桑田海水今如許 泡沫風燈敢自憐
상전해수금여허 포말풍등감자련
삼곡에서 그대는 골짜기에 매어 둔 배를 보았는가,
노젖기를 그친 지 몇 해인지 모르겠네.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 것이 지금부터 언제런가,
물거품같고 바람앞 등불 같은 우리 인생이 가련하다.
四曲東西兩石巖 巖花垂露碧氈毿
사곡동서양석암 암화수로벽전삼
金鷄叫罷他人見 月滿空山水滿潭
금계규파타인견 월만공산수만담
사곡의 동서쪽에는 두개의 바위산이 있는데,
바위틈 꽃에는 이슬이 맺혀 푸르르네.
금닭(金鷄)이 울어 아침을 열지만 아무도 본 이가 없고,
달은 텅빈 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 차있네.
五曲山高雲氣深 長時煙雨暗平林
오곡산고운기심 장시연우암평림
林間有客無人識 欲乃聲中萬古心
임간유객무인식 욕내성중만고심
오곡은 산이 높고 구름 기운이 깊어,
오랜 안개비에 평림(平林)은 어둑하네.
숲사이의 나그네를 알아보는 이 없고,
뱃사공의 노래 소리에 만고의 수심이 깊어지네.
六曲蒼屛繞碧灣 茅茨終日掩柴關
육곡창병요벽만 모자종일엄시관
客來倚櫂岩花落 猿鳥不驚春意閒
객래의도암화락 원조불경춘의한
육곡의 시퍼런 병풍 바위는 푸르른 물굽이를 둘렀고,
띠로 이은 집 종일토록 사립문 닫혀있네.
나그네가 노에 몸을 기대니 바위에서 꽃이 떨어지는데,
원숭이와 새들은 놀라지 않고 봄의 정취는 한가롭네.
七曲移船上碧灘 隱屛仙掌更回省
칠곡이선상벽탄 은병선장갱회성
却憐昨夜峰頭雨 添得飛泉幾度寒
각연작야봉두우 첨득비천기도한
칠곡에 배를 몰아 푸른 여울에 올라서,
은병봉과 선장암을 다시금 돌아보네.
사람들은 이곳에 좋은 경치가 없다지만,
텅빈 하늘에는 석당(石堂)이 해맑게 솟아있네.
八曲風煙勢欲開 鼓樓巖下水縈廻
팔곡풍연세욕개 고루암하수영회
莫言此處無佳景 自是遊人不上來
막언차처무가경 자시유인불상래
팔곡에 바람 불어 연무가 걷히려하고
고루암 아래로는 물이 소용돌이치네
이곳에 멋진 경치 없다고 하지 마오
단지 유람객이 올라오지 않아서라오
九曲將窮眼豁然 桑麻雨露見平川
구곡장궁안활연 상마우로견평천
漁郞更覓桃源路 除是人間別有天
어랑갱멱도원로 제시인간별유천
구곡이 끝나려하니 눈앞이 탁 트이고
비이슬 젖은 뽕밭 삼밭 평천에 보인다
젊은 어부 다시 무릉도원 길을 찾지만
이곳 말고 인간 세상에 별천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