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사막길 향해서 ①

 

고대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이어지는 문화교류의 길

 

6400㎞에 달하는 ‘서역로’로
불교 전파하는 가교적 위치
다종교 문화 유적들 속에서
불교 발자취 찾을 수 있어

 

석굴기행에서 실크로드 사막길을 말하는 것은 고대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석굴의 형태와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서이다. 실크로드라는 지명은 독일의 리히트호펜이 1877년 실크로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크로드는 요즘 보통명사로 사용되지만 1877년 이후에나 쓰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서역로 등으로 불렸다.

 

총 길이 6400㎞에 달하는 실크로드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허시후이랑을 가로질러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외각을 따라 파미르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쪽 해안과 북쪽 해안에 이른다.

 

석굴 경로를 가기위해서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에 실크로드 길의 흔적을 찾는다. 아케메네스 왕조 이후 알렉산더의 침략과 쿠샨 왕조의 통치를 겪은 ‘간다라’는 환경적 측면에서 카불(Kabul) 강과 인더스강(Indus) 강을 포함하며 동시에 페샤와르(Peshawar) 계곡을 끼고 있는 페샤와르 분지와 탁실라 일대를 포함하고 있다. 자료상으로 본다면, 현장(玄奘)스님의 <대당서역기>에서는 좁은 의미에서는 페샤와르 지역에 한정되며, 넓은 의미로 접근해본다면 페샤와르를 비롯해 탁실라, 스와트,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까지 포함한다.

 

간다라 지역이 가진 현대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축약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서구적 이미지와 동양적인 미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미술사적 의미이다. 두 번째는 동서 교류의 의미에서 특히 불교가 인도 밖의 세상으로 전파되는 가교적 위치라는 점이다. 동서 교류의 한 장(場)으로서의 간다라는 역사적으로 쿠샨 왕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불교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대승 불교 발전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할 수 있다.

 

‘돌을 쪼갠다’라는 뜻을 가진 탁실라는 ‘간다라’ 지역의 중심부로 간다라 미술의 핵심적 역할을 한 곳으로, 중국의 수많은 구법승은 이곳을 거치면서 ‘건타라’ 혹은 ‘탁샤실라’라고 기록했다. 탁실라는 또한 한국의 혜초스님이 구법 활동을 한 곳으로 현재도 한국의 스님들이 이곳을 인도 이외에 또 하나의 성지순례 코스로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탁실라의 유적지로는 대표적으로 시르캅(Sirkap), 조우리안(Jaulian), 다르마라지카(Dharmarajika), 모라 모라두(Mora Moradu) 사원지 등이 현존하고 있다.

 

시르캅 쌍두 독수리.

다르마라지카 불상.

탁트바히 석굴.

 

카르가 마애불.


시르캅 유적지는 간다라 제2의 도시 유적으로 비르마운드 북쪽에 위치해있다. 그리스계 왕조와 쿠샨 왕조 시대의 도시 유적으로 추정된다. 너비 약 6m의 거리가 남북으로 700m 가량 펼쳐져 있다. 이 도시 유적에는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힌두교 등 다종교의 문화 유적이 남아 있어 당시 종교가 다종교였음을 알려준다. 이 가운데 불교 유적은 쌍두 독수리가 기단부에 남아 있는 탑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르마라지카 유적지는 서북인도 초기의 불교 사원 배치 형식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직경 33m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기단 위에 반구형 복발을 쌓은 탑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초기 인도 불탑의 원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초기 불탑이다.

조우리안 사원지는 해발 91m 언덕 위에 위치한 사원지로 2개의 탑지가 발굴되었다. 주탑은 방형의 기단에 계단을 갖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달마라지카 사원지와 같이 주탑을 중심으로 많은 소형탑들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재는 보존을 위해 소형탑들을 한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제2의 탑지 옆에는 복도식 건물에 2구의 불상이 남아 있으며 주변으로 불입상, 불좌상 등의 불상이 조성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간다라 지역의 사원지가 대부분 평지가람 형식인데 비해 탁트바히는 산지가람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타의 간다라식 가람 형식과 큰 차이는 없다. 형식적으로 주탑을 중심으로 소형탑이 존재하는 것 역시 다른 사원지와 동일한 형식이다. 다만, 주탑과 소형탑 모두 방형의 기단인 점은 이 사원지 건립 당시에는 간다라식의 불탑 형식이 완전히 자리잡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탁트바히 사원지 안에는 선굴(禪窟)로 불리는 인공적인 석굴이 있다.

길기트 지역의 카르가(Kargah)에는 마애불과 주변 마을에서 출토된 백화나무 껍질에 새겨진 범본 법화경에 의해 유명해졌다. 법화경의 출토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대승 불교가 전파되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단서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

7세기 토번 점령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카르가 마애불은 산 절벽 암벽에 세워져 있다. 현존하는 마애불을 중심으로 삼각 형태의 공 자리가 남아 있어 자연재해로부터 마애불을 보존함과 동시에 암벽에서 작업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길을 거쳐 실크로드 지역의 석굴기행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길은 과거에는 문화교류의 흔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무왕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외래교수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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