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따라 지명 산책(3)

 

동구 술이산, 높은 산 의미 ‘수리뫼’에서 변천

옥교동 등 지명에 ‘옥’‘까치’ 붙으면 작은 마을·산
두 지명 합쳐진 곳 많아…‘단’‘당’ 붙은 곳은 골(谷)

 

수릿재·수락골·시루성
울산 동구 남목에 있는 마골산 산정에 동축사(東竺寺)가 있다. 울산에서 현존하고 있는울산의 여러 곳에 정(亭)자가 붙은 지명들 중에 실제 정자가 있어서 붙여진 곳보다는 대체로 숲이 정자를 이루고 있어서라는 지명유래를 달고 있다. 

 

▲ 마골산 절재.

 

아마 절을 찾는 민초들이 이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시작되었을 이 고갯길을 ‘절재’라 불러오고 있다.

산길을 재·고개 등으로 부르는데, 대체로 ‘어디로 가는 길’ 또는 ‘어떻게 생긴 모양의 길’ 또 ‘어느 지역에 있는 길’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이곳 절재는 또 다른 이름으로 ‘솔두배기’ 또는 ‘수릿재(鷲嶺)’라고도 부르는데, 수릿재의 ‘수리’는 ‘정수리·꼭대기’를 뜻하는 ‘높은 곳’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여러 가지 형태의 이름을 낳고 있다. 양주동의 「고가연구」는 봉(峰)의 고훈(古訓)은 ‘술·수리’이며, 현대어 ‘봉우리’도 ‘봉수리’가 변한 말임을 밝히고 있다. 

또 소리산, 소라산, 소의산, 소래산, 속리산 등도 ‘수리뫼’가 변한 말로 보고 있으며, 동구 대왕암공원 입구의 술이산(述巖山) 역시 수리뫼가 변한 것이고, 전하동의 시리성(甑城)과 임진왜란 때 왜군이 왜성을 쌓고, 정유재란 때는 도산전투의 격전지였던 중구 학성공원의 시루성(甑城) 등 지명에 붙은 증(甑)자에 대하여 이병선 교수는 「한국고대국명지명연구」에서 “「증(甑)」자의 표기는 ‘지형이 시루(甑)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이 훈(訓)을 빌어서 ‘지형지물의 크고 높은 것’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석한다. 즉, ‘수리’와 음이 비슷한 ‘시루증(甑)’자를 빌어다가 ‘수리’라고 쓴 것으로 해석하였다. ‘시루(甑)’자를 한자의 자의대로 ‘시루같이 생긴…’으로 해석하여 지명의 유래가 원의에서 멀어질 뻔한 것을 바로잡은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수리’가 ‘소라’로 옮겨간 지명 중에 ‘소라’는 울산지방의 방언인 ‘고동’으로 바뀌어져 ‘고동섬(대왕암 해안)’, 고동바위(남목 새밭재) 등으로 변해 있다.

 

▲ 소라에서 울산지방의 방언인 고동으로 변해 이름 붙여진 ‘고동섬’.

 

▲ 남목 새밭재 고동바위.

 

중구 유곡동의 고지명이 수락동리(水落洞里)인 것을 보면, ‘수릿골’ 즉, ‘술앗골’을 ‘수락곡(水落洞)’으로 표기한 것이다. 유곡(裕谷)동을 처음에는 ‘유곡(有谷)’으로 표기한 것을 보면, 유(有)자는 자회(字會)에서 ‘있을유’자로, ‘잇을’의 ‘잇’은 ‘위’를 표기한 것으로, 높은 곳에 있는 마을, 곧 ‘수릿골’의 뜻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리’는 또 수릿재(述嶺), 수리나미(車踰), 수리바위(酒岩), 병영 산전의 옛 지명 산주(山酒, 뫼수리) 등도 「술····소야(述·鷲·車·酒·所也)」는 모두 ‘수리’를 표기한 것이다.

또, ‘수리’는 ‘술ㆍ숯’ 등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숯(炭)’은 ‘숯못(성안동)’, 숯내(炭川), 다시 ‘수껑’ 으로, 수껑은 수꿩(장끼)인 ‘장꿩’으로 변하여 ‘장꿩만디’라는 방언지명을 낳기도 했다.

 

오근다리·조개섬·까치내 
옛사람들은 작거나 좁은 곳을 일러 ‘옥다’, ‘쪽다(죡다)’, ‘아지(까치)’ 등을 지명에다 붙여 쓴 것을 도처에서 볼 수 있는데, ‘옥다’에서 파생된 말로는 ‘오금쟁이’, ‘오그라들다.’ 등의 말이 있다. ‘옥교동(玉橋洞)’은 ‘옥은(오근) 들마실’, ‘옥현산(玉峴山)’은 ‘오근산’으로 남목에 있는 작은 산 이름이다. 옥동(玉洞)도 ‘오근마실’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보인다.  

‘쪽다(죡다)’는 말은 ‘쪽박’, ‘족집게’, ‘쪽파’ 등 좁거나 작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지명에서도 ‘조골(昭谷)’, ‘족골’, ‘조개섬’ 등이 그것이다. 또 작다는 뜻의 ‘아기’는 자산(子山), 자경골(自耕洞), 자운동(自雲洞) 등의 지명을 낳았고, ‘아지’는 망아지, 강아지, 송아지 등에서 짐승의 새끼를 뜻하고, 신체부위에 붙어 가늘고 좁다는 뜻을 나타내는데, 발목아지, 손목아지, 목아지로, 또 작은 아버지를 ‘아지(아제)’로, ‘까치설날’은 작은설을 뜻한다. 

‘아지’가 지명에 붙을 때는 ‘까치’로 변하여 ‘작다’는 뜻을 나타내는데, 까치내(鵲川), 까치골(태화동), 까치박거랑(일산동), 또 까치의 방언인 ‘깐채이’로 변해서 북구 농소 차일에 깐채이보(烏贊洑), 깐채이들(嗚贊坪)로 나타난다. 삼동면의 하작(下鵲)과 상작(上鵲)은 모두 작은 마을을 뜻하는 ‘까치마을(鵲洞)’을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누어 부르는 지명이다. 

 

합성지명·정(亭)자 마을 
행정지명인 면·리·동명 중에는 두세 마을의 지명 중에 한 자씩을 따다가 대표지명으로 만들어 쓰는 지명을 합성지명이라 하는데, 이러한 지명을 먼저 살펴야 지명의 유래를 찾는 일에 넌센스를 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구의 성안동은 성동(聖洞)과 상안(上安)에서 각각 성(聖)과 안(安)자를 따서 결합한 것이 성안동이며, 우정동은 우암과 강정에서, 다운동은 다전과 운곡에서, 범서의 사연리는 사일과 곡연에서, 청량면 덕하리는 덕정과 하정에서, 개곡리는 개산과 진곡에서, 문죽리는 수문과 죽전에서, 웅촌 곡천리의 동문(東文)은 동곡(東谷)과 우문정(友文亭)에서, 은현리는 은하와 덕현에서, 고연리는 고지동과 연답에서, 대복리는 대양과 오복에서, 서생의 신암리는 신리와 운암에서, 위양리는 위동과 양암에서, 대송리는 대륙과 송정에서 음운 등을 고려하여 한 자씩을 따서 결합한 합성지명이다. 이외에도 온양의 동상리, 망양리, 운화리, 온산의 산암리, 학남리, 당월리, 원산리, 대정리, 덕신리 등도 합성지명들이다.

울산의 여러 곳에 정(亭)자가 붙은 지명들 중에 실제 정자가 있어서 붙여진 곳보다는 대체로 숲이 정자를 이루고 있어서라는 지명유래를 달고 있다. 

 

▲ 관음정.

 

동구의 화정(華亭), 북구의 송정(松亭), 정자, 중구 우정동의 강정(江亭), 남구의 신정동의 소정(小亭), 청량 덕하의 덕정, 하정, 구정(九亭), 삼정리의 반정(盤亭), 상정(上亭), 신정(新亭). 두동면 구미리의 양수정(兩水亭), 상북면 궁근정(弓根亭), 황정자(皇亭子), 소야정(所也亭), 삼남면 신화리의 쌍수정(雙水亭), 무거동의 헐수정 등에서 정(亭)자가 붙은 지명들은 마을이나 지역을 뜻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옛 지명에서 골(谷)을 뜻하는 단(頓·呑·旦·堂·屯·頓·芚·丹)으로 호칭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지명이 울산에도 남아 있다. 웅촌의 검단(儉丹), 두왕동의 두왕당(豆旺堂), 송정동의 지당(池堂), 언양 직동의 가고당(加古堂), 상북 지내의 소부당(巢父堂) 등이다. ‘당(堂)’은 구개음화에 의해 ‘장’으로 변하는데, ‘뎡거장’이 ‘정거장’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우정동의 ‘강정(江亭)’은 본래 강장(江將)이던 지명이 ‘장’에서 ‘정’으로 모음의 동화에 의해 음운이 옮겨간 것이다. ‘당’은 ‘댕이’로, ‘정’은 ‘쟁이’로 발음하던 우리말의 습관에 따라 ‘숲댕이(林塘)’, ‘솔쟁이(松亭)’ 등의 토박이 지명들이 남아 ‘정(亭)’의 뿌리 말이 ‘단(呑, 따미)’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울산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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