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직(金后稷)
김후직(金后稷)은 지증왕(智證王)의 증손(曾孫)이다.
진평대왕(眞平大王)을 섬겨 이찬(伊湌)이 되었고 병부령(兵部令)의 임무를 맡았다.
대왕이 사냥을 매우 좋아해서 후직(后稷)이 간(諫)하기를,
“옛날에 임금된 자는 반드시 하루에도 만 가지 정사를 보살피는데 깊고 멀리 생각하고, 좌우에 있는 바른 선비들의 직간(直諫)을 받아들여 부지런히 힘쓰고 부지런히 일하여, 감히 편안하게 즐기지를 않았습니다. 그러한 후에 덕스러운 정치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져 국가를 보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날마다 미친 사냥꾼과 더불어 매와 개를 풀어 꿩과 토끼들을 쫓아 산과 들을 빨리 달리기를 스스로 그치시지 못합니다. 노자(老子)는 ‘말 달리며 사냥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고 하였고,《서경(書經)》에는 ‘안으로 여색을 일삼든지 밖으로 사냥을 일삼든지, 이 중에 하나가 있어도 혹 망하지 아니함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로써 그것을 보면, 안으로 마음을 방탕히 하면 밖으로는 나라가 망하게 되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이를 생각하십시오.”라고 하였다. 왕이 따르지 않았다. 또 간절히 간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후에 후직(后稷)이 병이 들어 죽으려 할 때, 그 세 아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남의 신하가 되어 임금의 나쁜 행동을 바로잡아 구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대왕이 놀이를 그치지 않으면 패망에 이를 것이니, 이것이 내가 근심하는 것이다. 비록 죽더라도 반드시 임금을 깨우쳐 주려는 생각이 있으니, 반드시 내 뼈를 대왕이 사냥 다니는 길 옆에 묻으라!”고 하였다. 아들들이 모두 그것을 따랐다.
다른 날에 왕이 먼 길을 떠나 반쯤 갔을 때 멀리서 소리가 나는데,
“가지 마시오!” 하는 것 같았다. 왕이 돌아보며,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가?”라고 물었다. 시종하던 사람이 아뢰기를,
“저것은 이찬 후직(后稷)의 무덤입니다.”라고 하였다.
마침내 후직(后稷)이 죽을 때 한 말을 말하였다. 대왕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대의 충성스러운 간함(忠諌)은 죽어서도 잊지 않았으니,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깊구나. 만일 끝내 고치지 않는다면 살아서나 죽어서나 무슨 낯이 있겠는가?”라고 말하였다. 마침내 종신(終身)토록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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