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권(卷第四十九)
열전(列傳) 제구(第九)
창조리(倉助利)·개소문(蓋蘇文) 남생(男生) 남건(男建) 남산(男産) 헌성(獻誠)
창조리(倉助利)
창조리(倉助利)는 고구려 사람(髙句麗人)이다.
봉상왕(烽上王) 때 국상(國相)이 되었다.
이때 모용외(慕容廆)가 변경의 근심거리였다. 왕이 여러 신료들에게 말하였다.
“모용씨(慕容氏)는 군대가 강한데, 여러 차례 우리 강역을 침범하고 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창조리(倉助利)가 대답하였다.
“북부(北部) 대형(大兄) 고노자(高奴子)는 현명하고 또한 용맹합니다. 대왕께서 만약 외적의 침입을 막고 백성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시기를 원하신다면, 고노자(高奴子)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왕이 신성태수(新城太守)로 삼으니, 모용외(慕容廆)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봉상왕(烽上王) 9년(300) 가을 8월 왕이 국내(國內)의 정남(丁男)으로 나이 15세 이상인 자들을 징발하여 궁실(宫室)을 수리하도록 하였다. 백성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였고, 노역(勞役)에 힘들어 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거주지를 떠나서 떠돌아 다녔다.
창조리(倉助利)가 다음과 같이 간언(諫言)하였다.
“재해(天災)가 거듭 일어나서 해마다 곡식이 익지 않고 있으니, 백성은 살아갈 길을 잃었습니다. 장성한 사람들은 사방으로 떠돌아 헤매고 있으며, 어린아이와 노인은 구렁텅이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실로 하늘을 경외하고 백성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두려워하며 스스로 반성하실 시기입니다. 대왕께서는 아직도 이를 생각하지 않으시고 굶주린 사람들을 몰아서 토목의 노역으로 고단하게 하시니, 민(民)의 부모라는 뜻에 매우 어긋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웃 나라에는 강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피폐해진 틈을 타서 쳐들어온다면, 사직(社稷)과 백성은 어찌되겠습니까! 대왕께서는 이를 깊게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왕이 화를 내며 말했다.
“임금은 백성이 우러러 보는 존재이다. 궁실(宫室)이 장엄하고 화려하지 않으면, 위엄을 보일 수 없다. 지금 국상(國相)이 나를 비방하고자 하는 것은 백성들에게 칭찬을 얻고자 해서일 것이다.”
창조리(倉助利)가 말하였다.
“임금이 백성을 근심하지 않으면 어질다고 할 수 없고, 신하가 임금에게 간언하지 않으면 충성스럽지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부족한 재주에도 불구하고 국상의 자리에 있으니, 감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감히 명예를 얻고자 해서이겠습니까.” 왕이 웃으며 말하였다.
“국상(國相)은 백성을 위해 죽고자 하는가? 뒷이야기가 없기를 바란다.”
창조리(倉助利)는 왕이 잘못을 깨우치지 않을 것임을 알고, 물러나 여러 신료들과 함께 봉상왕(烽上王)을 폐위시킬 것을 모의하였다.
왕은 모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목을 매었다(自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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