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권(券第五)

              국존 조계종 가지산하 인각사 주지 원경충조대선사 일연찬

(國尊 曹溪宗 迦智山下 麟角寺 住持 圓鏡沖照大禪師 一然撰)

 

신주(神呪) 제6(第六)

 

밀본최사(密本摧邪)


선덕왕(善德王) 덕만(德曼)이 병에 걸린 지 오래되었는데, 흥륜사(興輪寺)의 중(僧) 법척(法惕)이 조칙에 응하여 병시중을 들어 오래 되었으나 효험이 없었다. 이때에 밀본법사(宻夲法師)가 덕행(德行)으로써 나라에 명성이 높아서 좌우에서 그를 대신할 것을 청하니 왕이 조서를 내려 궁궐 안으로 맞아 들였다. 밀본(宻夲)은 신장(宸仗) 밖에서 ≪약사경(藥師)≫을 읽었다. 권축(卷軸)이 한번 돌자, 가지고 있던 육환장(六環杖)이 침전 안으로 날아 들어가서 한 마리 늙은 여우(老狐)법척(法惕)을 찔러 뜰 아래로 거꾸로 내던졌다. 왕의 병이 이에 나았는데, 이때 밀본(宻夲)의 정수리 위에 오색의 신광(神光)이 발하니 보는 사람이 다 놀랐다.

또한 승상(承相) 김양도(金良)가 어린 아이일 때 갑자기 입이 붙고 몸이 굳어져서 말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매양 한 큰 귀신이 작은 귀신을 이끌고 와서 집안의 모든 음식을 다 맛보는 것을 보았다. 무당(巫覡)이 와서 제사를 지내면 곧 무리가 모여서 다투어 희롱하였다.
양도(良)가 비록 물러가라 명령하고자 하여도 입이 말을 할 수 없었다. 부친이 법류사(法流寺)의 이름이 일실된 중(僧)에게 와서 경전을 전독하게 청하니 큰 귀신이 작은 귀신에게 명하여서 철퇴(鑯槌)로 중(僧)의 머리를 쳐서 땅에 거꾸러져 피를 토하고 죽었다.
며칠 후에 사자를 보내 밀본(宻夲)을 맞아오게 하니 사자가 돌아와 말하기를 “밀본법사(宻夲法師)가 제 청을 받아들여 장차 올 것입니다”라고 하니 귀신들이 그것을 듣고 모두 얼굴빛이 변하였다. 작은 귀신이 말하기를 “법사(法師)가 오면 장차 이롭지 못할 것이니 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큰 귀신이 거만을 부리면서 “어찌 해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조금 후에 사방의 대력신(大力神)이 모두 쇠 갑옷과 긴 창을 지니고 와서 귀신들을 잡아 묶어 갔다. 다음으로 무수한 천신(天神)이 둘러싸고 기다렸고, 잠시 후 밀본(宻夲) 와서 경전을 펴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그 병이 이제 완치되어 말이 통하고 몸이 풀려서 사건을 온전히 설명하였다. 양도(良)가 이로 인하여 불교(釋氏)를 독실하게 신봉하여 일생동안 태만함이 없었고, 흥륜사(興輪寺) 오당(吳堂)의 주존(主佛)인 미타존상(彌陁尊像)과 좌우 보살(菩薩)을 소상(塑像)으로 만들고 아울러 그 당(堂)에 금색 벽화(金畫)를 채웠다. 밀본(宻夲)은 일찍이 금곡사(金谷寺)에 머물렀다.
또한 김유신(金庾信)이 일찍이 한 늙은 거사(居士)와 두텁게 교류하였는데 세상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이때에 공(公)의 친척 수천(秀天)이 오랫동안 악질(惡疾)에 걸려 있어서 유신(庾信)이 거사(居士)를 보내 진찰하게 하였다. 마침 수천(秀天)의 친구 인혜법사(因惠)라는 자가 중악(中岳)에서 와서 방문하고는 거사(居士)를 보고 그를 모욕하여 말하였다. “너의 형용과 자태를 보니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인데 어찌 사람의 병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거사(居士)가 말하기를 “나는 김공(金公)의 명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왔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인혜(因惠)가 “너는 나의 신통(神通)을 보아라”라고 말하고 이에 향로를 받들어 주문을 외우고 향을 피우니 잠시 동안 오색의 구름(五色雲)이 정수리 위를 돌고 천화(天花)가 흩어져떨어졌다. 법사(法師)가 말하기를 “화상(和尚)의 신통력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제자(弟子) 또한 졸렬한 재주가 있으니 시험하기를 청한다. 법사(法師)는 잠깐 앞에 서 있기를 바란다”라고 하니 인혜(因惠)가 그를 따랐다. 법사(法師)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자 인혜(因惠)가 넘어져 허공으로 날아갔는데 높이가 1장 가량이 되었고, 한참 있다가 서서히 아래로 거꾸로 떨어져 머리가 땅에 박혔는데 말뚝을 밖은 것처럼 우뚝하였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잡아당겼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거사(居士) 나가버렸고, 인혜(因惠)는 거꾸로 박혀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수천(秀天이 김공(金公)에게 빼달라고 하여 김공(金公)이 거사(居士)를 보내 가서 구하여 풀어주게 하였다. 인혜(因惠)는 다시는 재주를 팔지 않았다.
찬()하여 말한다.
홍색, 자색이 분분하게 주색에 섞이니(紫紛紛㡬乱朱)
애석하도다. 어목이 우부를 속이는구나(堪嗟. 魚目誑愚夫)
거사가 가벼이 손가락을 튕기지 않았다면(不因居士軽彈指)
작은 상자에 무부를 얼마나 담았을까(多小巾箱襲碔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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