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감에 자재한 선사
와운신혜(臥雲信慧)
送臥雲師
行色是非外
去留天地間
一笻入太白
敲磬禮金仙
와운스님을 보내며
행하는 모습은 시비를 벗어났고
가고 머무름은 천지간이다.
한 자루의 지팡이로 태백산에 들어
경쇠를 치며 부처님께 예경한다.
환성지안(喚醒志安, 1664~1729)스님이 와운신혜(臥雲信慧, 1769년 활동)스님에게 보낸 시로, 환성스님의 유고집인 <환성시집(喚醒詩集)>에 ‘송와운사(送臥雲師)’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와운스님은 환성시집(1751년, 석왕사 간행)의 말미에 수록된 문정목록(門庭目錄)에 기록된 36명의 제자 중 일곱 번째에 올라 있어 환성스님에게 일찍이 입문한 제자로 추정된다. 환성스님의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 용암신감(龍巖神鑑), 화월성눌(華月聖訥), 호암체정(虎巖體淨), 포월초민(抱月楚旻), 설송연초(雪松演初), 함월해원(涵月海源) 등은 후손이 번성하여 입적 후에도 승탑, 진영, 유고집, 행장 등을 통해 그 덕망이 후대까지 보전되는 것에 비해 다른 제자들의 행적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행히 와운스님은 환성스님의 시 한편과 더불어 입적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진영이 예천 용문사에 전한다. 와운스님은 용문사에서 상당한 세력을 유지하며 존속한 듯하다. 선사(先師)의 재일(齋日)을 정리한 <용문사 기일록(忌日錄)>(19세기후반~20세기 전반)에 스승인 환성지안과 함께 스님의 기일이 적혀 있다. 또한 환성문중의 일원으로 1769년에는 포월스님의 문도들이 주관하는 안동 봉정사의 대규모 경전 판각 불사에서 <사분계본여석(四分戒本如釋)>의 서문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현전하는 와운스님의 자료는 단편적이지만 태백산의 지맥인 소백산 용문사와 천등산 봉정사에서 발견된다. 스님의 가고 머무른 자취가 태백산에 들어가 부처님을 예경했다는 환성스님의 시 구절 그대로 당시 태백산을 거점으로 경상북도 동북부에서 활동했던 와운스님의 행적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누구보다 제자의 성품을 잘 알아 시비에 얽매이지 않고 오고감에 자유로웠다고 평한 환성스님의 마음이 그의 제자들에게도 전해진 듯 용문사의 와운스님 진영은 조선후기에 일반적인 진영 형식에서 벗어나 와운스님의 호를 그대로 살려 흰 구름을 타고 자유롭게 오고가는 스님의 모습을 표현했다.
해제=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 설명=문화부 문화재팀장 이용윤 [불교신문3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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