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 스미다

 

누리소통망(SNS)과 온라인 게임의 발달로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줄임말과 비속어, 외래어의 오남용 사례도 늘고 있다. 짧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널리 쓰이지만, 그만큼 우리말의 고운 말맛이 잊혀지고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마음도 더 맑고 따뜻해 질 수 있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비속어 대신 고운 말을 건네보는 작은 노력이 언어의 품격을 지키고 소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틈일, 이벤트→행사, 센스→눈치, 배달→심부름, 쿠폰→할인권·덤표, 다운로드→내려받기, 업로드→올리기, 로그인→들어가기, 아이디→사용자 이름, 닉네임→별칭, 파일→자료 등 다양한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겠다.

줄임말 또한 꿀잼(참 재밌다), 쩐다(대단하다), 혼밥(혼자 밥 먹기), 밀당(밀고 당기기), 존맛탱(정말 맛있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 댕댕이(강아지) 등 재치 있게 들릴 수 있지만,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거나 우리말 특유의 정서와 품위를 해칠 수도 있다. 줄임말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말, 곧 순우리말은 한자어나 외래어의 영향을 받지 않고 태어난, 소중하고 아름다운 말이다. ‘하늘’, ‘달’, ‘별’, ‘사랑’, ‘아침’, ‘바람’처럼 짧고 부드러운 소리로 이루어진 순우리말은 감성과 따뜻함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다.

봄기(봄의 느낌), 산들바람(살랑이는 바람), 꽃잠(포근하고 달콤한 잠), 햇살(따스한 햇볕), 파릇파릇(새싹이 돋는 모습), 살랑살랑(가볍게 흔들리는 바람결), 꽃샘추위(봄꽃을 시샘하듯 찾아오는 추위), 아지랑이(따뜻한 기운이 아른거리는 현상), 은실비(가늘고 부드러게 내리는 봄비), 노루잠(깊이 잠들지 못하고 살짝 드는 잠), 다솜결(사랑의 결), 마들마들(손에 닿는 느낌이 보드랍고 매끈한), 온새미로(꾸밈없이), 가온길(바르고 따뜻한 주임의 길), 애오라지(간절한 감정), 싱그럽다(상쾌하고 생기 있는 느낌), 해사하다(밝고 환한 얼굴빛), 달포름하다(달빛이 퍼져 은은히 밝은), 살풋하다(은근한) 등 계절의 감성과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순우리말은 참으로 정겹다.

봄기 스미다

살랑이는 바람
햇살 한 줌 품고 지나간다
파릇한 숨결 따라
들꽃이 고개를 든다

고즈넉한 시간 틈
시나브로 내 마음에도
봄기 스민다
아무 말 없이
그대, 살며시 곁에 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줄임말과 비속어, 외래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2023년, 낯설지만 뜻이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담은 우표를 2023년 발행했다. 햇귀(동틀 무렵), 봄기(봄을 느끼게 해주는 기운), 윤슬(햇빛이난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웃비(아직 비가 올 듯한 기운이 남아 있으나 한창 내리다가 그친 비) 등 순우리말의 고운 결을 담은 우표는 작지만 깊은 울림으로, 우리말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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