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외관을 결정짓는 지붕

한옥의 외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지붕이다. 소재 면에서 보면 우리가 많이 접하는 기와지붕 외에도 초가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겨릅지붕 등이 있다. 기와지붕은 흙으로 빚은 후 불에 구워낸 기와를 사용한 것으로 궁궐, 관아, 사찰 그리고 상류계층의 고급 집에 사용되었다. 초가지붕은 새나 짚으로 엮은 것으로 주로 민가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너와지붕은 나무나 돌을 사용해 널찍한 판재를 만들어 지붕을 덮은 것이다. 나무 너와는 적송이나 전나무를 많이 사용하고, 돌너와는 주로 청석조각을 많이 사용한다. 굴피지붕은 참나무 껍질을, 겨릅지붕은 대마 껍질을 사용해서 지붕을 덮은 것이다. 이들 소재는 주로 산간지방 민가에서 많이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지붕을 형태에 따라 나누어보면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모임지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맞배지붕은 정면과 후면에만 지붕면을 형성하고 양 측면에 삼각형의 벽, 즉 박공을 둔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단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이 그 예이다. 우진각지붕은 네 면으로 지붕면을 형성한 지붕이다. 보편적이지는 않아서 성문과 궁궐의 대문, 문루 등에 사용되었다. 숭례문, 창덕궁 돈화문 등이 그 예이다. 팔작지붕은 네 면으로 지붕을 형성하고 측면에 합각이라고 부르는 삼각형의 벽이 있는 지붕이다. 화려한 멋을 지닌다. 이 밖에 모임지붕이 있는데 지붕면이 하나의 꼭짓점으로 몰려 뿔형을 이룬 지붕이다. 평면 형태에 따라서 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으로 세분된다. 환구단이 그 예이고 주로 정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목조구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지붕

한옥 짓는 일은 주초석 위에 그렝이 떠서 기둥을 세우면서 시작한다. 목조짜임으로 지어진 한옥은 구조재가 결구되는 부분을 못이나 철물로 고정하는 것 이 아니기 때문에 지붕을 덮을 때 서까래 위에 산자엮기(기와 밑에 올리는 흙을 받치는 나뭇개비나 수수깡으로, 산자를 고정시키는 작업)를 하거나 개판을 깐 다음 흙을 두툼하게 올리고 기와를 덮은 무게로 꽉 눌러주어 구조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이처럼 지붕이 목조구조를 잡아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붕에 올린 두툼한 흙과 기와는 여름철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 주고 방염과 방수기능을 해준다. 요즘에는 철물을 쓰지 않는 목구조 방식으로 집을 지으면서 지붕을 건식공법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지붕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구조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계절 햇빛의 차이를 반영한 처마

우리나라의 지붕은 처마가 깊다. 태양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내 환경을 조절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지혜에서 나온 처방이다. 요즘은 봄, 가을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본래 사계절이 뚜렷하고, 특히나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크고 태양고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때 깊은 처마는 계절에 따라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처마는 태양고도가 높은 여름철에 햇빛이 집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여름에 한옥 실내는 그늘이 져서 시원한 기분이 든다. 반면에 겨울에는 태양고도가 낮아서 처마가 깊어도 햇빛이 집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방안에 따뜻한 기운이 돌게 만들어준다.

 

처마가 깊으면 실내가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한옥은 깊은 처마에도 불구하고 실내가 그다지 어둡지 않다. 그 이유는 마당에 깐 백토와 박석이 빛을 반사해서 방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지로 마감한 내부가 밝은 색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와 중국의 살림집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중국의 살림집에는 마당에 큰 나무를 심기 때문에 마당에 빛이 잘 들지 않는다. 또한 중국 살림집의 내부는 검붉은 색으로 마감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의 살림집은 우리의 살림집보다 내부가 많이 어둡다.

 

지붕에서 보는 우리 건축의 상징성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등 궁궐 지붕 위에 보면 어김없이 잡상이 놓여있다. 잡상이란 궁궐 전각 지붕 위에 여러 신상을 조각해서 장식한 것을 말하는데, 서방을 향해 가던 삼장법사 일행이라는 얘기 등 이에 얽힌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전해온다. 이 잡상들의 임무는 하늘의 잡귀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궁궐 내의 모든 이들과 국가의 안위를 꾀하고자 함이다.

 

지붕 위의 잡상 말고도 궁궐 내 건축물에서 다양한 상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궁궐 답사를 다니게 하는 재미 중 하나이다.

뒷산 닮은 지붕과 자연이 준 처마 선

낙안읍성에는 집 뒤의 산봉우리와 너무 닮은꼴로 지붕이 만들어진 초가집이 있다. 이 집들은 뒷산을 닮은 집들의 대표주자로 세간에 아주 유명하다. 이밖에도 집 구경을 다니다보면 지붕선이 뒷산을 닮은 집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아마 그 산을 보고 살았던 사람들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지붕에 반영된 것 이 아닐까 한다.

 

지붕 선과 처마 선을 보면 이건 어느 대목장의 솜씨구나 하는 짐작을 하기도 한다. 처마 양쪽 끝으로 치켜 올라간 선을 보면, 하늘로 날렵하게 올라간 선을 선호하는 대목장도 있고, 살짝만 들어올려 단정한 선을 만들어내는 대목장도 있다. 어느 선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눈에 익숙한 선을 정한 것으로, 아마도 그 분이 늘 보아왔던 선을 집에 넣는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의 처마 선은 양쪽 끝으로 가면서 치켜 올라간 곡선인 조로(앙곡)와 중앙 부분이 짤록하게 안쪽으로 들어간 곡선인 후림(안허리)이 공존한다. 이 선은 중국이나 일본의 집과는 확연히 다른데, 그 선을 조금만 잘못 잡으면 “이런! 일본 집을 지어놨네.”라고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요즘 기계화 되고 모듈화 된 집을 보면 외관에서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이 이 처마 선이다. 그만큼 처마 선은 집의 외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이 준 우리의 처마 선과 지붕 선을 잘 구현 해내는 것도 집짓는 사람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글. 신지용 (한옥과 문화 대표이사)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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