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Bājā) 석굴

 

데칸고원으로 이어지는 고대 무역로 초기 석굴

기원전 100~70년경 사이 조성
입구·내부 목조양식 조각상 독특
고고학 조사로 국가기념물 지정

불교사원선 드문 태양신 수리야
작은 스투파 난장이 수문장 등
곳곳에 조각해 볼거리 더해줘

 

인도 푸네시에 위치한 22개의 석굴군인 바자석굴은 서부 데칸지역 사원군 가운데 초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은 바자석굴 12굴 내부 모습.


바자석굴은 인도 푸네(Pune)시에 위치한 기원전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22개의 석굴군이다. 석굴은 아라비아해에서 동쪽으로 데칸고원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고대 무역로에 있는 바쟈(Bhaja) 마을에서 120m 언덕 위에 있다. 비문과 석굴 사원은 인도 고고학 조사에 의해 국가 중요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석굴은 초기불교 승가의 조각으로, 마하라슈트라에서 석굴에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수많은 사리탑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석굴은 차이티야로, 아치형 말발굽 천장이 있는 목조건축에서 이 형태가 초기에 만들어진 모습이다. 초기 석굴의 시작이 단순하게 바위를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목조 사찰이 바위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서인도나 중인도에서는 이미 기원전 3세기 전부터 나무나 돌을 이용해 사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고고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석굴사원으로는 비하르주의 바라바르(Barabar) 언덕에 있는 로마슈 리쉬(Romas Rsi)를 위한 사원으로 추측하고 있다.

서부 데칸지역의 석굴 사원군에서 초기적인 양상을 전하는 것은 바쟈석굴이다. 바쟈석굴은 대략 기원전 100년경에서 70년경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1개의 차이티야 석굴과 20개 남짓한 비하라 석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석굴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차이티야(caitya)가 그 입구와 내부에 보여주고 있는 목조양식의 분명한 특징 때문이며, 또 하나는 제19굴 비하라(vihara) 석굴의 내부가 보여주는 조각상의 독특함에 있다.

바쟈석굴의 차이티야굴(제12굴)은 정형화한 말굽형(입구 7.9m, 안길이 18m)의 가장 오래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입구는 로마슈 리쉬의 석굴 입구처럼 말발굽 형태의 커다란 첨두형 아치로 그 하단부는 거의 수직이다. 이 초기 석굴 사원이 보여주는 말발굽 형태의 건축적 의장들은 고대 인도의 석굴 사원이 어떤 건축에 영향을 받아 조성되었는가를 추측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된다. 뿐만 아니라 말발굽 형태의 모습은 후대의 거의 모든 인도 건축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게 된다. 이 사원이 갖는 디자인적인 의미는 특별히 입구의 목조양식을 흉내 낸 부분이다. 석굴 사원에 표현된 이러한 목조양식의 특징들은 그 후 초기 석굴 사원의 거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하다. 아치 아래 장벽이 없어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데, 마루에 나 있는 홈으로 보아 원래의 목조의 문이 딸려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말발굽 형태의 커다란 첨두형 형태의 바자12굴 입구.


창문 밑으로는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조각해 넣었는데, 머리모양이나 기타 보석 장식의 인물상들은 슝가(sunga)왕조의 조각과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긴 반원형의 천정을 하고 있으며, 후미는 둥글게 조성해 그 안쪽 끝에 스투파를 안치했다. 내부의 스투파는 비교적 낮은 1단의 기대 위에 반구형의 복발을 둔 고전적 형태를 보여준다. 내부 기둥들의 상단이 약간(15㎝ 정도) 경사지게 서있으며, 주두 및 주초가 없는 단순한 팔각기둥이다. 8각형의 기둥들이 둥근 천정을 떠받치는 반원형 뼈대들을 떠받치면서 벽을 따라 나열해 있다. 여기에 목조 건축의 양식이 반영되어 있는데, 둥근 나무들은 실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휘어진 반원형 뼈대의 모양만을 조각해 내 것이다. 더 오래된 형태인 엇갈린 천장 목재와 비교했을 때 장식적이다. 따라서 바자석굴의 이 차이티야는 독립된 목조 건축의 모습이 석굴에 나타난 가장 초기의 모습으로 보인다.

바쟈석굴의 차이티야굴은 기원전 2~1세기경의 예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가까운 구조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피탈코라(pitalkhora) 제3굴, 콘다네(Kondane) 제1굴, 아잔타 제10굴, 아우랑가바드 제4굴 등이 있다. 모두 목조건축의 특색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간소한 장식으로 보아 바쟈석굴과 그다지 연대 차이가 없는 석굴들이다.

바쟈석굴의 비하라굴들은 차이티야굴 좌우로 암벽을 따라서 수십 개의 굴이 죽 연이어 파져있다.

초기의 모습이라 형태가 정착되지 않아 제각각이다. 독방 앞에 넓은 마당이 있는 형, 독방이 쭉 있는 형식과 뒤에 비하라 굴의 전형으로 정착될 앞에 전실이 있고 안마당 주변으로 독방이 있는 형 등 다양하다.

 

둥근 천정을 떠받치고 있는 반원 형태의 뻐대 모습. 사진=위키디피아

19번 굴의 수리아와 인드라 조각.


독방 문 입구 위에 군투팔리(Guntupalli) 석굴처럼 입구를 나타내는 뾰족아치 조각이 있다. 또한 벽면에 풍부한 조각을 남겼다. 비하라 굴들 앞에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우물이 있다. 무엇보다 바쟈석굴을 유명하게 만들고 또 초기 석굴이라 규정짓게 된 것은 19번 비하라 굴이다.

19번 석굴은 건축적으로도 비교적 정교한 형태를 보여주는데 한 쪽으로는 베란다가, 그리고 또 한쪽으로는 방들이 딸려있다. 입구 쪽에는 가로로 열주를 달았는데, 왼쪽에 두 개의 기둥을, 오른쪽 에는 다섯 개의 기둥을 두고 입구를 열어놓았다.

또한 19번 비하라굴의 특별함은 베란다의 오른쪽 끝에 있는 전실의 독방 입구 벽면 좌우에 얕게 새겨진 조각에 있다. 왼쪽에는 인도의 태양신 수리야(surya)을 조각한 것으로 보이며, 오른쪽에는 비와 천둥의 신인 인드라(indra)를 조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측하는 것은 태양신이 마차를 끌고 가는 것이 보이며, 인드라의 경우, 자신의 탈것인 코끼리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각상들이 힌두신인 수리야와 인드라라는 것은 추측이지만, 불교 사원에 이렇게 수리야가 등장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보통 불경이나 사원에서 인드라는 브라마신과 함께 자주 불교를 보호하는 신장이나 부처님의 수호신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리아는 다소 예외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조각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 특정한 신화나 불전(특히 자따까, Jātaka)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왕의 행렬을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두 조각의 의미는 대개 동일한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수리아가 모는 마차 밑에는 거대한 괴물이 눌러져 있고 인드라가 탄 코끼리는 주변의 여러 작은 인물들의 소동을 진압하고 있다.

특히 인드라의 코끼리 주변과 아래쪽에는 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데, 인드라의 코끼리가 이들을 짓밟고 코로 그 나무를 뽑아버리고 있다. 이러한 장면으로 볼 때 수리야나 인드라가 불교에서 경계하고 있는 어떤 정신적 상태나 불교가 배척하고 있는 어떤 신앙 형태를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이 19번 비하라굴의 내부에는 작은 스투파와 난장이, 창을 들고 있는 수문장 등이 곳곳에 조각되어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비하라(18굴)는 앞에 기둥이 있는 베란다를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양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동굴은 목조 건축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각은 타악기인 타블라(북인도 실내악에서 연주하는 쌍으로 된 작은 북)가 적어도 2300년 동안 인도에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타블라가 외부인이나 투르크 아랍인에 의해 인도에 도입되었다는 수세기 동안의 믿음을 증명한다. 조각은 타블라를 연주하는 여성과 춤을 추는 다른 여성을 표현했다. 

문무왕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외래교수 [불교신문37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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