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라 석굴

 

불교·힌두교·자이나교 공존 ‘고대인도’를 만나다

뭄바이 북동쪽 300㎞에 위치
아잔타석굴과 2㎞ 정도 거리
100개 석굴 중 불교는 12곳

일명 ‘모든 것 성취한 석굴’
회랑이 아름다운 10호 눈길
‘목수의 동굴’로 불리기도 해

엘로라석굴 중 가장 훌륭한 건축으로 꼽히는 16호 석굴의 카이라샤 힌두교사원. 사진출처=구글


엘로라석굴은 서남아시아 교역의 주요루트인 데칸고원의 오랑가바드(Aurangabad) 북서쪽 19㎞, 뭄바이(Mumbai) 북동쪽 300㎞에 위치한 석굴로 아잔타석굴과 2㎞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불교만이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의 사원이 같이 있다. 모두 100개의 석굴로 이루어져 있다.

카일라스산자락에 거대한 바위에 조각한 석굴로 라슈트라쿠타왕국 시대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야다바왕조(1187~1317)에도 조각이 이루어졌다. 바위산 서쪽 사면에 석굴 34개가 2km에 걸쳐 조각되어 있다. 남쪽부터 1굴에서 12굴까지는 불교석굴로 6∼7세기에 만들어졌다. 여기에 이어지는 13굴에서 29굴까지는 힌두교의 석굴이고, 최후의 다섯 개의 굴이 자이나교의 석굴로, 8∼10세기에 만들어졌다.

가장 훌륭한 건축은 제16호 굴의 카일라샤(Kailasha)사원이다. 힌두교의 시바신을 모신 사원으로, 라슈트라쿠타왕조 크리슈나 1세(재위 : 756∼773) 때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다. 높이가 33m, 거리가 54m, 길이가 46m로 시바신과 상징인 링가를 모신 본전이다. 카일라샤(Kailasha)산에서 영감을 얻은 카일라샤사원은 시바(Shiva)에 헌납된다. 그것은 현관, 회관, 사각형 원리에 따라 배열된 수많은 신들로 둘러싸인 사원이다. 같은 바위에 조각된 다른 신전에는 강가(Ganga), 야무나(Yamuna), 사라와티(Saraswati), 비슈누(Vishnu), 인드라(Indra), 아그니(Agni), 가네샤(Ganesha)와 같은 신들을 새긴 작품이 있다.

이 구조물은 하나의 탑처럼 솟아 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의 두 배 크기의 독립 구조로 된 여러 층의 사원이다. 성전을 발굴하기 위해 300만 세제곱피트(ft³)의 돌을 제거한 것으로 추산되며, 약 20만톤의 무게가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입구에서부터 좌우의 균형을 잡고 기둥이 늘어서고, 회랑이 둘러쳐진 대규모의 것으로 사원 건축의 대표작이다. 그 벽면에는 시바 등의 여러 신상과 ‘라마야나’(내용상으로는 흔히 ‘라마의 사랑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를 주제로 한 부조가 있다.



 

 

엘로라석굴 가운데 불교석굴은 모두 12개가 있다, 그 가운데 10호 석굴은 ‘모든 것을 성취한 굴’로 불릴 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진은 10호 굴 내부 차이티야에 조각된 불상. 사진제공=문명대 교수

엘로라석굴 10호 굴 외부 모습. 사진제공=문명대 교수


엘로라석굴 중에서 불교석굴은 12개가 있는데 가운데 11개는 비하라(Vihara, 수도원, 거주 및 수행을 위한 공간) 또는 차이티야(Chaitya: 예배당)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방을 포함하여 산 표면에 조성된 다층 건물이다. 차이티야에는 석가모니불, 보살들이 새겨져 있다.

동굴 5, 10, 11 및 12호는 건축학적으로 중요한 불교석굴이다. 5호 굴은 엘로라석굴 가운데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1호에서 9호 굴까지는 모두 비하라 형식의 석굴이며, 10호 비마라카스마(Vvakarm)석굴은 중요한 불교의 차이티야였다.

불교석굴들은 그 지역에 대승불교가 번성할 때인 5~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5호 굴이 가장 넓게 조성되었다. 10호 굴은 비스바카르마(Visvakarma)로 알려졌다. 회랑을 매우 아름답게 장식한 외관과 석굴 안에는 부처님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모신 불탑(스투파)이 있다. 제10호 굴은 ‘비슈바카르마석굴’(Vishvakarma cave,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을 성취한 석굴 또는 신들의 건축가)로 불리는 차이티야 형태의 석굴이다. 이 굴은 바위가 목재처럼 보이는 재료로 마무리 되어 있기 때문에 ‘목수의 동굴‘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여기는 차이티야와 스투파(stupa), 강당을 갖추고 있다. 이 석굴의 중심에는 설법하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4.5m의 불상이 있다. 엘로라석굴 가운데 훌륭한 차이티야석굴이며 인도에 존재하는 훌륭한 차이티야석굴로 평가된다. 석굴 입구의 기둥과 내부의 반원형 천장은 마치 목재를 이용해 지은 집처럼 대들보와 서까래 형태로 조각돼 있고,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중앙에 모셔져 있는 불탑과 부처님의 법신에 비춰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1호와 12호 굴은 여러 가지 신상과, 벽에 만다라, 여신, 밀교(Vajrayana)에 속하는 보살(Bodhisattva) 관련 모습을 갖춘 3층의 대승원 석굴이다.

11호 굴은 2층, 12호 굴은 3층인데 모두 바위를 파고 들어가 조성했으나 바닥과 천장이 마치 회반죽을 바른 듯 매끄럽게 마무리돼 있다. 석굴 조성에 큰 노력이 들어갔으며 장인들의 솜씨 또한 매우 놀랍다. 특히 12호 굴은 비하라와 차이티야의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12호굴 또는 틴 탈라(Tin Tala)의 역사적 가치는 공을 들인 솜씨에 있다. 이는 바위 안에 3개 층을 직접 깎아 지었고, 바닥과 천장이 매끄럽고 평평하게 조성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엘로라석굴은 불교·힌두교·자이나교가 공존했다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한 장소에 신전과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규모가 큰 세 종교를 인정하고, 보편적 가치 강화에 기여한 고대 인도의 특징인 관용의 정신을 잘 나타낸다.

문무왕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외래교수 [불교신문 37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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