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혀야 제맛, 홍어

 

홍어(魟魚, Okamejei kenojei)는 가오리과의 사촌으로 홍어과에 속한다. 우리 민족이 선사시대부터 섭취해온 어류라고 한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에 전라도 흑산도 홍어의 생김새와 습성, 생활 상태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홍어탕이 (아픈) 배를 낫게 하고 술독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썼다.

홍어는 전라도의 명절이나 잔칫날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음식이다. “제아무리 멋진 잔칫상을 차렸더라도 홍어가 빠지면 다시 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우리가 즐겨 먹는 ‘참홍어’는 겨울에 제주도 남쪽으로 갔다가 산란을 마치고 이듬해 봄 전라도 홍도를 지나 멀리 전북 군산 어청도 해상까지 이동한다. 홍어는 신안 바다, 특히 흑산도에서 잡히는 것이 최상품으로 평가받는다. 흑산도 홍어는 가장 가까운 항구인 목포에서 팔린다. 영산포 홍어거리가 있는 나주도 홍어로 유명한 곳이다.

홍어를 즐겨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홍어를 말려서 먹고, 중국에서는 일부 튀겨 먹기도 한다. 서양에선 아이슬란드에서만 홍어를 소금 뿌려 말린 뒤 먹지만, 남미에서 쓸모없는 생선으로 취급받는다. 이런 연유로 칠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에서 홍어를 수입하고 있다. 이 나라에선 홍어를 우리나라에 수출하여 ‘돈’이 되고 있다.

홍어를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흑산도에선 생홍어를 썰어 회로 먹지만, 나주에선 생홍어를 뱃길로 실어 가는 사이 푹 삭아서 독특한 맛을 낸 삭힌 홍어를 먹는다. 삭힌 홍어와 삶은 삼겹살을 묵은 김치로 싼 삼합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다 눈물콧물 찔끔 거리면, 그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톡 쏘는 맛은 탕으로도 즐길 수 있으나, 뭐니 뭐니 해도 횟감이 최고다.

홍어는 회·구이·찜·무침·국거리 등 다양한 형태의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홍어회는 신선한 홍어를 얇게 썰어서 소금물에 절이다 물기를 제거한 후 얇게 썰어서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신맛과 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홍어 찌개는 파, 양파, 고추 등 채소와 함께 고춧가루, 간장 양념을 넣고 끓여 먹는다. 진한 맛과 풍부한 영양소, 부드러운 식감에 코끝이 찡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제대로 된 맛을 즐기려면 푹 삭혀서 톡 쏘는 맛이 제격이다.

홍어를 즐기며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홍어는 나트륨 함량이 다소 높은 편이어서 고혈압과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다른 생선에 비해 수은 함량이 다소 높은 편이어서 임산부나 어린이는 먹지 않는 편이 좋다. 발진, 가려움 등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홍어는 소금을 뿌리지 않고 삭혀 먹는 유일한 생선이다. ‘홍어 식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싣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전라남도 신안군이 앞장섰다. 신안군은 2021년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등재했다. 전라남도는 국가유산위원회를 거쳐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에 신안군 요청을 전달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홍어의 생산(신안), 유통(목포), 조리(나주) 분야를 대표하는 세 지방자치단체도 후세에 홍어 식문화를 물려주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우리 음식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두 번째다. 겨울을 앞두고 가족·친족·이웃이 한데 모여 다 같이 김치를 담그는 ‘김장문화’가 2013년 처음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와 관련하여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홍어가 우표로 발행되지는 않았다. 사촌격인 가오리과의 쥐가오리가 1987년 어류시리즈 우표로 발행되었다. 홍어 식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홍어가 우표에 담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어렸을 적,
석쇠에 올린 홍어에 양념간장을 바르면서 연탄불에 구우면
익으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결대로 갈라진다.
이것을 다시 양념장에 찍어 먹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집안 홍어 요리 비법이다.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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