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권(卷第二十三) 백제본기(百濟本紀) 초고왕(肖古王)

초고왕(肖古王)

초고왕(肖古王)은 개루왕(蓋婁王)의 아들이다. 소고(素古)라고도 한다. 개루왕(蓋婁王)이 재위 39년에 사망하자, 그의 뒤를 이었다.

2년 가을 7월에 군사를 몰래 보내 신라의 서쪽 변경(西鄙)에 있는 두 성을 격파하고 남녀 1천 명을 사로잡아 돌아왔다.

8월에 신라 왕이 일길찬(一吉湌) 흥선(興宣)으로 하여금 군사 2만 명을 거느리고 와서 동쪽의 여러 성을 침공하게 하였다. 신라 왕은 또한 직접 정예 기병 8천 명을 거느리고 뒤를 이어 한수(漢水)까지 진격해왔다. 왕은 신라군이 많아서 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곧 이전에 빼앗았던 성을 돌려주었다.

5년 봄 3월 그믐 병인일에 일식이 있었다.

겨울 10월에 군사를 출동시켜 신라의 변경(邊鄙)을 침공하였다.

21년 겨울 10월에 구름 없이 우레가 쳤고, 혜성(星孛)이 서북쪽에 나타났다가 20일 만에 사라졌다.

22년 여름 5월에 서울(王都)의 우물과 한수(漢水)가 모두 말랐다.

23년 봄 2월에 궁실을 중수하였다. 군사를 출동하여 신라의 모산성(母山城)을 공격하였다.

24년 여름 4월 초하루 병오일에 일식이 있었다.

가을 7월에 우리 군사가 신라와 구양(狗壤)에서 싸우다가 패배하여 죽은 자가 5백여 명이었다.

25년 가을 8월에 군사를 출동시켜 신라 서쪽 국경에 있는 원산향(圓山鄕)을 공격하고, 더 진격하여 부곡성(缶谷城)을 포위했다. 신라 장수 구도(仇道)가 기병 5백 명을 거느리고 저항하였다. 우리 군사가 퇴각하는 척하자 구도(仇道)는 와산(蛙山)까지 추격해왔다. 이때 우리 군사가 반격하여 크게 승리하였다.

26년 가을 9월에 치우기(蚩尤旗)가 각성(角星)과 항성(亢星) 성좌에 나타났다.

34년 가을 7월에 지진(地震)이 일어났다. 군사를 보내 신라 변경(邉境)을 침공하였다.

39년 가을 7월에 군사를 출동시켜 신라의 요거성(腰車城)을 공략하고, 성주 설부(薛夫)를 죽였다. 신라의 나해왕(奈解王)이 분개하여 이벌찬(伊伐湌) 이음(利音)을 장수로 삼아 6부의 정예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우리의 사현성(沙峴城)을 치게 하였다.

겨울 10월에 혜성(星孛)이 동정(東井)에 나타났다.

40년 가을 7월에 금성(태백, 太白)이 달을 범하였다.

43년 가을에 누리(황, 蝗) 떼가 생기고 가물어서 곡식이 잘 익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도적이 많이 생기자 왕이 그들을 위무하여 안정시켰다.

44년 겨울 10월에 큰 바람(大風)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45년 봄 2월에 적현성(赤峴城)과 사도성(沙道城)을 쌓고 동부의 민가를 그곳으로 옮겼다.

겨울 10월에 말갈(靺鞨)이 사도성(沙道城)에 와서 공격하다가 이기지 못하자 성문에 불을 지르고 도망하였다.

46년 가을 8월에 남쪽 지역에 누리(蝗) 떼가 곡식을 해쳐 백성들이 굶주렸다.

겨울 11월에 얼음이 얼지 않았다.

여름 6월 그믐 경인일에 일식이 있었다.

가을 7월에 서부 사람 회회(茴會)가 흰 사슴(白鹿)을 잡아 바쳤다. 왕이 상서로운 일이라 하여 곡식 1백 석을 주었다.

49년 가을 9월에 북부의 진과(眞果)에게 명령하여 군사 1천 명을 거느리고 말갈(靺鞨)의 석문성(石門城)을 습격하여 빼앗게 하였다.

겨울 10월에 말갈(靺鞨)이 정예 기병을 거느리고 침입하여 술천(述川)에 이르렀다.

왕이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