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권(卷第四十七) 열전(列傳) 계백(階伯)

계백(階伯)

 

계백(階伯)은 백제(百濟) 사람이다.

벼슬에 나가 달솔(達率)이 되었다.

당(唐)나라 현경(顯慶) 5년 경신(庚申, 660) 고종(高宗)이 소정방(蘇定方)을 신구도대총관(神丘道大摠管)으로 삼아 군사를 이끌고 바다를 건너 신라(新羅)와 함께 백제(百濟)를 정벌하도록 하였다.

계백(階伯)은 장군(將軍)이 되어 죽음을 각오한 군사(死士) 5천 명을 뽑아 이들을 막고자 했다.

“한 나라의 사람으로서 당(唐)과 신라(新羅)의 대규모 병력을 맞게 되었으니, 국가의 존망(存亡)을 알 수 없다. 내 처(吾妻)와 자식(孥)들이 잡혀 노비(奴婢)가 될까 염려된다. 살아서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 죽어서 흔쾌한 편이 나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마침내 처자식을 모두 죽였다.

황산의 벌판(黄山之野)에 이르러 3개의 군영(軍營)을 설치하였다. 신라(新羅) 군대를 만나 전투를 시작하려고 하자,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맹세하며

“지난 날 구천(句踐)은 5천 명으로 오(吴)나라 70만의 무리를 격파하였다. 지금 오늘 마땅히 각자 힘써 싸워 승리함으로써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자.”고 하였다. 드디어 격렬히 싸우니, ‘일당천(一當千)’이 아닌 자가 없었다. 신라(新羅)군은 이에 퇴각하였다.

이와 같이 진격하고 퇴각하며 싸운 것이 4차례에 이르렀지만, 힘이 다하여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