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두(薛罽頭)
설계두(薛罽頭)는 신라(新羅) 귀족 가문의 자손이다. 어느 책에는 설(薛)을 살(薩)자로 썼다.
일찍이 친구 네 명과 함께 모여 술을 마시면서 각자 자기의 뜻을 말하였다. 설계두(薛罽頭)는,
“신라(新羅)에서는 사람을 등용하는데 골품(骨品)을 따진다. 진실로 그 족속이 아니면, 비록 큰 재주와 뛰어난 공이 있더라도 넘을 수가 없다. 나는 원컨대, 서쪽 중국(中華國)으로 가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지략을 떨쳐서 특별한 공을 세워 스스로 영광스러운 관직에 올라 고관대작의 옷을 갖추어 입고 칼을 차고서 천자(天子)의 곁에 출입하면 만족하겠다.”고 하였다.
무덕(武德) 4년 신사(辛巳, 621)에 몰래 바다 배를 따라 당(唐)나라에 들어갔다.
때 마침 태종(太宗) 문황제(文皇帝)가 고구려(髙句麗)를 친히 정벌하였으므로, 스스로 천거하여 좌무위(左武衛) 과의(果毅)가 되었다. 요동(遼東)에 이르러 고구려인(髙句麗人)과 주필산(駐蹕山) 아래에서 싸웠는데, 깊숙이 들어가 민첩하게 싸우다가 죽으니 공(功)이 일등이었다.
황제(皇帝)가,
“이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으니, 좌우에서 “신라인(新羅人) 설계두(薛罽頭)입니다.”라고 아뢰었다. 황제(皇帝)가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나라 사람도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여 형세를 관망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데, 외국인(外國人)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어떻게 그 공(功)을 갚겠는가?”라고 하였다.
시종하는 사람에게 물어 그의 평생의 소원을 듣고는 어의(御衣)를 벗어 덮어주고, 대장군(大將軍)의 관직을 주고 예로써 장례를 치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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