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무형유산, 2003년)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창), 아니리(말), 너름새(몸짓)을 섞어가며 구연(口演)하는 일종의 솔로 오페라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로 ‘소리’는 ‘음악’을 말하고 ‘판’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곳’ 또는 ‘상황과 장면’을 뜻하는 것으로 ‘많은 청중들이 모인 놀이판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판소리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영조 30년(1754)에 유진한이 지은 춘향가의 내용으로 보아 적어도 숙종(재위 1674∼1720) 이전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고, 조선 전기 문헌에 보이는 광대소학지희(廣大笑謔之戱)가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판소리가 본래 여러 가지 놀이와 함께 판놀음으로 공연되던 것으로 판놀음이 있었던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광대 집단에 의해 시작된 판소리는 소리꾼과 청중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판소리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충청도, 경기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전승되어 지역적 특징에 따른 소리제를 형성하고 있다. 전라도 동북지역의 소리제를 동편제(東便制)라 하고 전라도 서남지역의 소리제를 서편제(西便制)라 하며, 경기도와 충청도의 소리제를 중고제(中古制)라 한다.
동편제의 소리는 비교적 우조(羽調)를 많이 쓰고 발성을 무겁게 하고 소리의 꼬리를 짧게 끊고 굵고 웅장한 시김새로 짜여있는 반면 서편제는 계면조(界面調)를 많이 쓰고 발성을 가볍게 하며, 소리의 꼬리를 길게 늘이고 정교한 시김새로 짜여 있다. 한편 중고제는 동편제 소리에 가까우며 소박한 시김새로 짜여 있다.
판소리가 발생할 당시에는 한 마당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판소리 열두 마당이라 하여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배비장타령, 변강쇠타령,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 등 그 수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성없는 이야기 소재와 소리가 점차 길어지면서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시대의 가치관을 담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만이 보다 예술적인 음악으로 가다듬어져 판소리 다섯마당으로 정착되었다.
판소리는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나타내는 전통예술로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음악과 어울려서 표현하며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며 판소리 다섯마당이 모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예능보유자로 춘향가에 김여란, 김연수, 김소희(본명 김순옥:金順玉), 심청가에 정권진, 흥보가에 박녹주, 강도근, 수궁가에 정광수(본명 정용훈:丁榕薰), 박초월, 적벽가에 박동진, 박봉술, 한승호(본명 한갑주:韓甲珠)가 인정되었으며 이후 춘향가에 오정숙, 심청가에 성창순, 조상현이 인정되었다. 또한 춘향가에 성우향(본명:판례), 흥보가에 박송희(본명:정자), 적벽가에 송순섭이 새로 인정되었다.
판소리 공연의 빠질 수 없는 고법(鼓法:북치는 장단기법)은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로 별도 지정되었으나, 1991년 판소리에 통합되었고 현재 김성권(본명 김성래, 金成來), 정철호가 보유자로 활동하고 있다.
판소리는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피지배층의 삶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새로운 사회와 시대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판소리는 모든 계층이 두루 즐기는 예술로서 판소리를 통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조절과 통합의 기능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판소리는 다양한 전통 예술로부터 필요한 것을 수용하고 그것을 종합하는 개방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어의 표현 가능성을 최대치로 발휘한 민족적인 표현방식으로 인류 보편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예술로 승화시켜 민족문화의 전통 계승과 발전에 기여하였다.
판소리는 우리 역사와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우리문화의 정수로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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