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333호

소 재 지;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치인리 10) 해인사

「합천 해인사(海印寺) 건칠희랑대사좌상(乾漆希朗大師坐像)」은 신라 말∼고려 초에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希朗大師, 10세기)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초상조각[조사상(祖師像), 승상(僧像)]으로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高僧)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으나,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전하지 않으며 이 작품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조각품으로 남아 있다. 희랑대사(希朗大師)는 화엄학(華嚴學)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學僧)으로, 해인사(海印寺)의 희랑대(希朗臺)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다고 전하며 태조 왕건(王建)의 스승이자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희랑대사좌상(希朗大師坐像)’은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통해 해인사(海印寺)의 해행당(解行堂), 진상전(眞常殿), 조사전(祖師殿), 보장전(寶藏殿)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海印寺)에 봉안(奉安)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가야산기(伽倻山記)」등 조선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건칠(乾漆, 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기법으로, 완성하기 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요구된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존예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기법으로 만든 불상을 보통 ‘건칠불’이라 부름)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든 당시 제작기술이 잘 남아 있고 뛰어난 조형성을 지닌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아 왔다. 이렇듯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의 예처럼 신라∼고려 초에 해당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제작기법이다.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希朗大師坐像)’은 조선 후기에 조성된 ‘신륵사(神勒寺) 조사당(祖師堂) 목조나옹화상(木造懶翁和尙, 1636년)’, ‘부석사(浮石寺) 조사당(祖師堂) 소조의상대사상(塑造義湘大師像, 고려 말∼조선 초)’, ‘괴산 각연사(覺淵寺) 유일대사상(有一大師像, 조선 후기)’ 등 다른 조사상들과 달리, 관념적이지 않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의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마치 살아생전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슴에는 ‘흉혈국인(胸穴國人)’이라는 그의 별칭을 상징하듯,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흉혈(胸穴)은 해인사(海印寺)에 전래된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希朗大師)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승의 흉혈(胸穴)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하며 유사한 사례를 ‘북한산 승가사(僧伽寺) 승가대사상(僧伽大師像, 1024년 보물 제1000호)’에서도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지금까지 ‘희랑대사좌상(希朗大師坐像)’이 거의 유일하게 알려져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실제 인물처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희소성ㆍ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후삼국 통일에 기여하고 불교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희랑대사라는 인물의 역사성과 시대성이 뚜렷한 제작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조각상은 고려 초 10세기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인류문화사적으로 의의가 높고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 가치가 탁월하므로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존ㆍ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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