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천간()()’이고 지지()()’ . 육십갑자() 헤아리, 서른여 번째 해이다. 황금돼지해가 된 연유는 천간의 기(己)가 토(土)에 해당하고, 토(土)는 색깔로 따지면 노란색 또는 황금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과 부(富)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돼지꿈을 꾸었다’고 하면 횡재할 운이라며 사람들은 복권을 구매하곤 했다. 돼지를 복(福)과 부(富)를 불러들이는 상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돼지는 한 번 임신하면 보통 10마리 이상 새끼를 낳는다. 다산과 풍요, 부의 상징물로서 돼지는 인간과 함께 생활해 온 것이다. 
돼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벽화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도 석기시대의 멧돼지 화석이나 조개무지에서 출토된 토우에서 멧돼지 모양 동물형이 많이 나타난다. 이는 돼지가 가축으로 길들여지기 전부터 자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축으로 사육되기 이전의 돼지는 그 넉넉한 덩치로 인해 인간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냥감으로 꼽혔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인간은 사냥하는 것보다 사육을 통해 돼지와 더욱 가까워졌으리라 짐작된다.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의미는 그가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동물로 녹아들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실제 <삼국사기>나 <고려사>에 돼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삼국사기>에서는 아들이 없던 왕에게 왕비를 점지해 주는 돼지가 등장한다. 산상왕은 산천에 기도한 후 꿈에 나타난 천신으로부터 후궁을 얻어 아들이 태어나리라는 예언을 듣는다. 몇 년 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돼지가 달아나서 쫓아가 보니 한 처녀의 집이었다. 왕이 이 처녀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 동천왕이다. 신화 속에 나타난 돼지의 신성성이다.  


<고려사>에서도 돼지의 신통한 능력을 보여 준다. 왕건의 조부인 작제건은 용왕을 도와준 후 돼지를 얻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돼지를 우리에 넣으려 했으나 들어가지 않고, 송악의 남쪽 기슭에 가서 누웠다. 훗날 이곳에서 고려 태조인 왕건이 태어났는데, 돼지가 안내한 집터가 바로 지금의 만월대로 전한다. 신화에서는 이와 같이 돼지의 신성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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