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석굴을 따라가면서

 

인도 불교미술 정수, 아잔타석굴에 있다

불교 쇠퇴로 천년 넘게 잊혔다가
1819년 동인도회사 병사가 발견
지금은 ‘인도불교미술 정수’ 꼽혀

석굴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굽타왕조시대 ‘프레스코화’
2000년 세월 영롱한 색감 감탄

인도의 아잔타석굴사원은 총 29개의 석굴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원형의 현무암 절벽을 뚫어서 만들어졌다. 사진은 감실형으로 조성된 아잔타 제1굴 전경.


인도 석굴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다시 5세기부터 7세기의 두 차례에 걸쳐 조성되었다. 전기의 석굴은 사타바하나왕조시대에 조성되었다. 다음은 숭가왕조 그리고 후반기에는 굽타왕조시대에 조성된 것이다.

인도 석굴은 주로 후반부인 굽타왕조시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굽타양식의 대표작으로 불리며 인도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아잔타석굴은 중요한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석굴을 사원이라고 하는 것은 석굴에 기도처와 수행처가 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잔타석굴사원은 총 29개의 석굴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원형의 현무암 절벽을 뚫어서 만들어졌다.

7세기 이후 불교가 쇠퇴하면서 아잔타석굴은 세상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그곳에 이르는 길마저 밀림 속에 파묻혀 버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천 년 넘게 잊혔다가 1819년에 호랑이 사냥 중이던 영국 동인도 회사의 병사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지금은 인도 불교미술의 정수를 담은 유적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아잔타석굴사원은 5개의 차이티야(9, 10, 19, 26, 29번 석굴)와 24개의 비하라로 구성되어 있다. 석굴 안에 불상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불상 조성을 중시하는 대승불교가 후대이므로 불상이 있는 굴이 후대(5~7세기)에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부파불교의 입김이 강한 남방불교의 흔적이 남은 전기 석굴과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은 북방불교의 흔적이 서로 대비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은 아잔타석굴의 가치를 높인다.

굽타양식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아잔타 제1굴 오른쪽 프레스코와의 보살상.

 

아잔타석굴을 방문할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굽타시대의 프레스코화이다. 석고 위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는 주로 5세기경에 조성되었는데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특히 부처님을 묘사한 벽화는 광채가 나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노란색과 녹색을 섞거나 번갈아 사용하였는데, 2000년이 넘는 세월에도 그 영롱한 색감이 살아있어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오른쪽의 연꽃을 든 보살은 섬세하면서도 육감적인 표현이 돋보여 굽타양식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굽타왕조시대에 인도는 평화가 지속되고 경제가 발전하여 예술이 발달하였는데 그 진수가 아잔타에 구현된 것이다. 한편, 발견 당시에는 아름다운 벽화들이 수북이 쌓인 먼지의 보호를 받아 선명한 색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잔타 제1굴 천장벽화.


아잔타석굴의 초기 석굴들은 기본적으로 불상이 조각되지 않은 차이티야 석굴과 비하라 석굴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가 지나 석굴이 화려해지는 굽타왕조시기에 이르러서는 불교미술이 아잔타 사원의 곳곳에 펼쳐진다. 제1굴의 경우는 불상과 삼존상이 모셔져 있다. 가운데는 감실형으로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좌우에는 화려한 채색을 자랑하는 보살상이 그려져 있다. 천장의 장식도 화려해서 성스러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설법하는 모습과 비슷한 천장화는 아잔타 1굴의 화려함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아잔타 제2굴 및 전실.


2굴에는 1굴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명상에 잠긴 듯한 부처님과 세월의 흐름인지 다른 이유에서 사라져 버린 한쪽 팔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활발하게 조성되기 시작한 불상과 함께 불탑이 등장하는 19굴과 26굴은 보는 이에게 경외의 마음을 품게 한다.

아잔타 제19굴 차이티아.


아잔타 19굴은 가늘게 묘사된 아름다운 자태가 전형적인 굽타미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가운데 차이티야의 중앙에 모셔진 부처님의 모습은 우리를 신앙적인 경외심에 빠져들게 한다. 천장의 형태를 보면 인도 전통 건물의 천장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26굴도 예외는 아니어서 화려한 조각이 보인다. 그러나 19굴과는 달리 26굴은 부처님이 차이티야 안에 앉아계신 의좌상(倚坐像)을 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깊은 명상에 든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 중생을 가르치기 위해 피곤한 다리를 잠깐 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석굴은 거대한 타임캡슐과 같다. 번성했던 과거 인도불교의 모습이 석굴에는 오롯이 보존되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헤매고 다닌다. 하지만 석굴은 잃어버리고 잠깐 쉬고 있는 우리를 과거의 화려한 불교 전성시대로 데려가고 있다.

문명대 교수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외래교수 [불교신문 3751호]

'세상사는 이야기 > 세계의 석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자(Bājā) 석굴  (1) 2023.04.19
나식(Nasik) 석굴  (1) 2023.04.16
오랑가바드석굴  (0) 2023.04.12
엘로라 석굴  (0) 2023.04.08
석굴은 타임캡슐과 같다  (0) 2023.03.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