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흠운(金歆運)
김흠운(金歆運)은 나밀왕(奈密王)의 8세손이다. 아버지는 잡찬(迊湌) 달복(達福)이다.
흠운(歆運)은 어려서 화랑(花郞) 문노(文努)의 문하에서 놀았다. 그때 무리들이 아무개는 전사하여 이름을 지금까지 남겼다고 말하자, 흠운(歆運)이 매우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마음을 북돋우어 그를 흠모하는 모습이 있었다. 동문(同門)의 승려(僧) 전밀(轉密)이,
“이 사람이 만약 전쟁에 나간다면, 반드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영휘(永徽) 6년(655) 태종대왕(太宗大王)이 백제(百濟)가 고구려(髙句麗)와 더불어 변방을 막자 분하게 여겨, 이를 치고자 도모하였다. 군사를 출동할 때에 흠운(歆運)을 낭당(郎幢) 대감(大監)으로 삼았다. 이에 집안에서 자지 않고 비바람을 맞으며, 병사들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 하였다.
백제(百濟) 땅에 다다라 양산(陽山) 아래에 군영을 설치하고, 나가 조천성(助川城)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백제인(百濟人)들이 밤을 틈타 민첩하게 달려와 새벽녘에 성루를 따라 들어오니, 우리 군사가 놀라서 엎어지고 자빠졌다. 적들이 혼란을 타서 급하게 공격하니, 날으는 화살이 비오듯 모였다.
흠운(歆運)이 말을 비껴 타고 창을 잡고 적을 기다리니, 대사(大舍) 전지(詮知)가 달래기를,
“지금 적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 아주 가까운 거리를 구별할 수 없어, 공(公)이 비록 죽더라도 알아줄 사람이 없습니다. 하물며 공(公)은 신라(新羅)의 귀한 신분으로 대왕(大王)의 사위(半子)입니다. 만약 적군의 손에 죽으면 백제(百濟)의 자랑 거리가 될 것이고 우리들의 깊은 수치가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흠운(歆運)은
“대장부가 이미 몸을 나라에 바쳤으면, 사람이 그것을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는 것은 한 가지이다. 어찌 감히 이름을 구하겠는가?”라고 말하고, 꿋꿋하게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따르던 자가 말고삐를 잡고 돌아가기를 권하였으나, 흠운(歆運)이 칼을 뽑아 휘두르며 적과 싸워 몇 사람을 죽이고 죽었다.
이에 대감(大監) 예파(穢破)와 소감(少監) 적득(狄得)이 서로 더불어 싸우다 죽었다. 보기(步騎) 당주(幢主) 보용나(寶用那)는 흠운(歆運)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귀한 신분으로 영화로운 자리에 있어 사람들이 아끼는 바인데도 오히려 절개를 지켜 죽었다. 하물며 보용나(寶用那)는 살아 있더라도 이익이 되지 않고 죽어도 손해가 되지 않는 존재이다.”고 하였다. 마침내 적에게 달려나가 서너 명을 죽이고 죽었다.
대왕(大王)이 이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하였고 흠운(歆運)과 예파(穢破)에게는 일길찬(一吉湌), 보용나(寶用那)와 적득(狄得)에게는 대나마(大奈麻)의 관등을 추증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양산가(陽山歌)를 지어 그들을 애도하였다.
논(論)하여 말한다. 신라(新羅) 사람들은 인재를 알아볼 수 없을까를 걱정하여 무리로 하여금 모여 함께 놀게 하고 그 행동을 본 후에 발탁하려고 하였다. 마침내 미모의 남자를 뽑아 단장시켜 화랑(花郎)이라 이름하고 그를 받들게 하니, 무리가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혹은 도의(道義)로써 서로 갈고 닦았으며, 혹은 노래로써 서로 즐거워하며 산수를 유람하고 즐기어 멀리라도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로 인하여 사람의 그릇됨과 바름을 알아 선택하여 조정에 그를 천거하였다. 때문에 대문(大問)이,
“보좌하는 어진 인물(賢佐)과 충신(忠臣)이 이로부터 나와 빼어났으며, 좋은 장수와 용감한 병사는 이로부터 생겨났다.”고 말한 것이, 이것이다. 삼대(三代)의 의 화랑(花郎)은 무려 2백여 명으로, 꽃다운 이름과 아름다운 일은 모두 전기(傳記)와 같다. 흠운(歆運) 같은 자는 또한 낭도(郎徒)로서 왕실의 일에 목숨을 바쳤으니, 그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은 자라고 이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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