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상(塔像) 흥륜사(興輪寺) 벽화(壁畵) 보현(普賢)

흥륜사(興輪寺) 벽화(壁畵) 보현(普賢)

제54대 경명왕(景明王) 때 흥륜사(興輪寺) 남문과 좌우 낭무(廊廡)가 불에 탄 채 아직 수리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정화(靖和)와 홍계(弘繼) 두 스님이 장차 시주를 모아서 수리하려고 하였다. 정명(貞明) 7년 신사(辛巳, 921) 5월 15일에 제석(帝釋)이 절의 왼쪽 경루(經樓)에 내려와서 10일 동안 머무르니, 불전과 불탑(殿塔) 및 풀과 나무 흙과 돌들이 모두 이상한 향기를 풍기고, 오색구름이 절을 덮으며 남쪽 못의 어룡(魚龍)이 기뻐서 뛰놀았다.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고 감탄하면서 옥과 비단과 곡식을 산더미처럼 시주하였다. 공장(工匠)이 스스로 와서 며칠 안 되어 그것을 완성하였다. 공사가 끝나자 천제(天帝)가 막 돌아가려고 하니, 두 스님이 아뢰기를 “천제(天帝)께서 만약 궁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란다면 성스러운 모습을 그려서 지성으로 공양(供養)하여 천은(天恩)을 갚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로 인하여 영상(影像)을 남겨서 오랫동안 아래의 세계를 진호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천제가 말하길 “나의 원력(願力)은 보현보살(普賢菩薩)이 두루 현화(玄化)를 펴는 것만 같지 못하니 이 보살상(菩薩像)을 그려서 정성스럽게 공양(供養)하여 그치지 아니함이 좋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두 스님은 가르침을 받들어 보현보살(普賢菩薩)을 벽 사이에 공손히 그렸는데 지금도 그 상(像)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