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孝善) 손순매아(孫順埋兒) 흥덕왕대(興德王代)

손순매아(孫順埋兒) 흥덕왕대(興德王代)

손순(孫順)이란 사람은 모량리(牟梁里) 사람으로, 고본(古本)에는 손순(孫舜)이라 썼다. 아버지는 학산(鶴山)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처와 함께 남의 집에서 품팔이를 하여 쌀을 얻어 늙은 어머니(老孃)를 봉양하였다. 어머니의 이름은 운오(運烏)이다. 손순(孫順)에게 어린 아이가 있는데, 매번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다. 손순(孫順)이 그것을 곤란하게 여겨, 그의 처에게 일러 말하길, “아이는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려운데, 음식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니께서 굶주림이 어찌나 심하겠소! 아이를 묻고, 어머니의 배를 채웁시다.” 하였다. 이에 아이를 등에 업고 취산(醉山)의 북쪽 교외에 가서 땅을 파는데, 갑자기 돌로 만든 종(石鐘)이 나와 심히 기이하였다. 산은 모량리(牟梁里)의 서북쪽에 있다. 부부는 놀라고 괴이하여, 숲의 나무 위에 걸어 놓고 그것을 쳐서 시험하였는데, 은은하니 사랑스러웠다. 부인이 말하길, “특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아마 아이의 복인 듯하니, 묻지 맙시다.” 하였다. 남편도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이에 아이와 종을 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종을 들보에 매달아 두드리니, 소리가 궐에까지 들렸다. 흥덕왕(興德王)이 이것을 듣고, 주변에 일러 말하길, “서쪽 교외에서 특이한 종 소리가 있는데 맑고 멀리 들리니, 속히 이것을 조사하라.” 하였다. 왕의 명을 받은 사람이 와서 그의 집을 조사하여, 구체적인 사실을 왕에게 아뢰니, 왕이 말하길, “옛 곽거(郭巨)가 아이를 묻으니, 하늘이 금 솥(金釡)을 주었는데, 지금 손순(孫順)이 아이를 묻으니, 땅에서 돌 종(石鐘)이 솟아났다. 앞의 효와 뒤의 효는 하늘과 땅에 함께 본보기다.” 하였다. 이에 집 1구(區)를 내리고, 해마다 벼 50석(碩)을 주어, 순수한 효심을 높이도록 하였다. 손순(孫順)은 옛 거처를 절로 하고, 홍효사(弘孝寺)로 이름하였고, 석종(石鐘)을 안치하였다. 진성왕(真聖王) 대에 백제(百濟)의 횡포한 도적(横賊)이 그 마을로 들어와 종은 없어지고 절만 남았다. 그 종을 얻은 땅을 완호평(完乎坪)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잘못 전해져 지량평(枝良坪)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