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천 이야기길(2)
장터 내다팔 물건 이고지고 넘던 애환서린 고갯길
남목 마골산 절재∼새밭재∼무적골
아름다운 기암 전설 만날수 있어
조선시대 목장 관아터 ‘큰골새’
‘논골’ 사람살던 흔적 남아있어
▲ 옥류천 이야기길 제2코스가 시작되는 절재 입구. 옥류천 이야기길 제2코스는 절재와 새밭재를 거쳐 무적골로 내려오는 길이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고장의 여러 마을도 여느 강촌이나 바닷가의 갯마을, 양지바른 산촌마을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나름대로 주어진 자연환경과 더불어 오랜 세월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아온 셈이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강촌의 사람들에게는 강나루가, 산촌마을은 산야의 숲이 또 다른 농경지였다. 산촌마을은 철따라 숲에서 나는 임산물들이 농외 소득원이 되었고, 보릿고개를 넘을 때는 온갖 산나물로 주린 배를 채웠다.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가까워지면 너나없이 산채 일에 나서는데 이때부터 여러 가지 약초와 야생 버섯류인 송이, 표고, 능이, 싸리, 느타리, 밤버섯 등을 채취해다가 명절 앞 대목장에 내다 팔아 명절 차례를 지낼 준비를 했다.
이렇듯 자연은 가난한 민초들에게 호구지책을 열어주던 어머니 품속 같이 포근하고 따뜻한 존재였다. 자연속의 숲은 옛날부터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던 성스러운 지모신(地母神)이 존재하는 곳으로, 마을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산·강·바닷가 마을 주변의 지명 속에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감(감·금·검·굼·곰·엄·암)’등이 붙은 지명이 많이 남아있다. ‘감나무골, 녹수구미, 궁근정, 우음골, 금천, 금불개, 감불, 개미골(감골), 검단, 장검, 검정골’ 등이 그런 종류이다.
▲ 솥돌.
남목의 마을도 동축사가 있는 마골산 주변과 쇠평산은 옛날부터 숲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다양한 식생의 장이 펼쳐진 감나무골엔 수림과 산야초들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산촌마을이었다.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야산의 산주들에게는 송이버섯이 짭짤한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자기 소유의 산에 타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산지기의 일은 어린아이들 몫이었다.
옛날 남목 사람들은 산에서 땔감(나무)을 해다가 방어진 시장 나무전까지 이고, 지고 와서 팔아 그 돈으로 자녀들 학비와 가용 돈으로 쓰기도 했는데, 여자들은 나뭇단을 이고, 남자들은 지고 다녔다. 또 소달구지가 있는 사람들은 여러 둥치의 나뭇단을 소달구지에 싣고 다녔는데, 옛날 옛적의 ‘감나무골 나무장사와 복어 알’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온다.
▲ 다듬이돌.
어느 날 모씨는 여느 때처럼 소달구지에 몇 둥치의 나뭇짐을 싣고 방어진 시장(장터걸)에 가서 나무를 팔고는 구충제에 쓰려고 독성이 많은 복어 알을 두어 줄 싸다가 지게 가지에다 묶은 후 지게를 소달구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새끼줄로 꽁꽁 묶어 놓고는 시장통 주막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켰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석잔 넉 잔을 마시다 보니 어느 새 해는 기울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소달구지가 없지 않은가?
시장 사람들이 보니, 빈 소달구지는 소가 끌고 신작로 길을 따라 어디론지 가더란다. 소가 문제가 아니라 소달구지에 실려 있는 복어 알이 문제였다.
▲ 솔두배기.
집으로 달려오는 길은 구불구불한 비포장 구도로인데, 이를 펼쳐 놓으면 지금의 직선 도로의 갑절은 될 성싶은 길이다. 그것도 걸어서 방어진 장터걸에서 목장고개를 넘고, 화진마을, 월봉골, 대청거랑, 일산진 번덕말, 산성마을을 지나 오자불, 바드레, 녹수구미, 명덕마을, 송전, 대추밭들, 돌치게, 홍문들을 거쳐 남목의 집으로 허겁지겁 들어서니 소등에서 이미 달구지는 내려지고, 소는 마구간에서 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묻는다. 지게에 매달린 고기 알은 어디에 치웠느냐고? 이미 국을 끓여서 식구들은 모두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설거지까지 마쳤단다.
큰일이었다. 일순간의 잘못으로 온 식구들이 다 죽게 생겼으니 생각만 해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먹고 같이 죽자 싶어 저녁밥을 차려오도록 하여 국을 실컷 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통 잠은 오지 않고 불안한 마음으로 날밤을 지새웠단다. 그런데 날이 다 새도록 가족들은 아무 탈이 없었다. 그때서야 아내에게 이실직고를 하고, 조리할 때 무엇을 넣었는지 알아보니, 어제 뒷산에서 뜯어온 산나물을 넣고 국을 끓였단다. 산나물이 많아 아직도 바구니에 남아 있어서 이를 살펴보니 산삼 잎이 섞여 있지 않은가? 산삼 잎이 복어의 독을 해소시키는지 알 수 없으나 신령한 약초가 사람을 살렸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믿고 있다. 남목의 야산에는 신비한 약초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온다.
▲ 공부암.
옥류천 이야기길 제2코스는 절재와 새밭재를 거쳐 무적골로 내려오는 길이다.
옛날부터 동축사를 오르던 길을 ‘절재’라 하는데, 이 절재를 지나 마골산의 정상인 새밭재를 거쳐 무적골(남목고 서편)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마골산의 아름다운 기암(奇巖)들과 바위들에 얽힌 전설을 만나게 되는 산책로이다.
▲ 해골바위.
남목초등학교 서쪽의 마을을 ‘큰골새’라 하는데, 이곳은 조선조에 목장의 관아가 있던 곳이다. 그 북서쪽의 남장사 입구에서 동축사(東竺寺)로 오르는 길을 ‘절재’ㆍ‘솔두배기’ 또는 ‘수릿재(鷲嶺)’라 부르기도 하는데, 절재란 옛날부터 동축사에 오르내리던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그 별호인 ‘솔두배기’는 이 길 8부 능선쯤에 서 있는 바위 이름이 ‘솔두배기’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이곳에 감목관으로 봉직했던 유하(柳下) 홍세태(洪世泰)의 시(詩) 속에 이 재를 ‘수릿재(鷲嶺)’라 부르고 있다.
남장사에서 서쪽 산길을 따라 100m쯤 오르다보면 불당골 마애여래 입상이 있는 불당골 둘레길과 절재로 접어드는 갈래 길 사이에 낮은 한 봉우리가 ‘자가배(子甲山)’라는 산이다. 옛날 이 산에서 정월 보름날 저녁에 ‘달집태우기’를 하던 곳이다. ‘자가배’의 북쪽 진입로 입구(절재)에서 서쪽 골짜기로 드는 오솔길이 나오는데 이 골짜기가 ‘가사골’이다. 이 오솔길로 100m 쯤 가다보면 마치 가마솥을 걸어놓은 모양을 한 ‘솥돌’이 이정표처럼 서 있고 바로 앞에 있는 바위 ‘검(거북)바위’ 또는 ‘가매바위’라 부른다.
▲ 고동바위.
가사골로 가는 오솔길이 시작되는 곳은 절재의 입구에 해당된다. 절재의 중간쯤부터 우람한 바위들이 산길 좌우에서 행인을 반기듯 서 있다. 장수살구돌과 작은 두꺼방, 솔두배기 등이다.
절재만리를 토박이 이름으로 ‘북만디’라 부르는데, 이곳에 부엉이집(수리바위), 족적암(足跡巖), 투구바우, 큰두꺼방, 갓바위 등이 있다.
북만디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동축사 쪽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여기에는 울산읍지에 전해져오는 다듬이돌(砧石巖), 공부암(功夫巖)이 있다. ‘북만디’에서 임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장수발자국이 새겨진 바위와 맷돌 같이 생긴 육중한 바위를 보게 되는데, 이 바위 위에 작은 돌멩이들이 가득 얹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바위 이름이 ‘메뚜깔돌’인데 일명 장군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장군바위를 지나 서쪽으로 한참을 가다보면 시누대숲이 있고, 이곳을 넘어서면 ‘논골’이다. 옛날 이곳에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1950년 전후로 소게령(小憩令)에 따라 아랫마을로 이주하고 옛 집터와 우물터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 서편의 산마루에 염포정이 있고, 헬기장이 있는 곳이 바로 새밭재이다.
논골의 동남쪽에 바위로 둘러싸인 산을 ‘국방만디’라 부르는데, ‘붇바위만디이’가 ‘북방만디’로 다시 ‘국방만디’로 음운이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 ‘붇’은 산의 고어인데, 「북·붓·불·부리」등으로 방사되기도 하고, 한자 지명으로 바뀔 때에 붓(筆), 불(火,佛), 부리(角) 등으로 변하기도 한다.
여기에 해골같이 생긴 해골바위, 고동바위, 장적암, 촛대바위, 용치 등 바위 군상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내려오는 길에 송곳바위(錐岩), 도덕골 등을 거쳐 무적골로 내려서게 된다.
동축사에서 돌아오는 길(東竺歸路作)
유하(柳下) 홍세태 시(詩)·이정한 역
山上何太勇 산에 오를 때는 그리도 용맹하더니
餘意覺歸遲 돌아갈 땐 기력이 소진돼 늦어지네.
鷲嶺元初地 수릿재는 처음 와 보는데
鵑花卽後期 두견화는 벌써 지고 없구나.
海天波不動 하늘 먼 바다 물결도 잔잔한데
春野氣相吹 들녘엔 산들산들 봄바람 불어오누나.
可愛陽崖草 예쁘구나! 양달진 언덕에 돋은 풀
枯根綠已滋 말랐던 뿌리에도 새싹이 무성하네.
출처; 울산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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