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설증(夢泄症)

영구와 만득이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 지난 밤에 꾼 꿈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간밤에 나는 러시아 서커스단이 곡예하는 서커스를 구경갔었어.
줄타기며 마술이며 공중곡예며 얼마나 재미있었다구!" 하고 영구가 자랑하듯이 말했다.

만득이도 질세라 자기 꿈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별 꿈도 아니구먼. 난 더 좋은 꿈을 꾸었어!  
침대에 누워 있는데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여니까, 미스코리아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들어와서 내 침대에 누워 포즈를 취하는 거야. 날보고 미남이라면서 말이야.
그러는데 또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어보니 이번엔 최진실이 잠옷을입고 들어와서 내옆에 누웠다구. 하는 수 없이 둘과 함께 잤어."

"야! 그런 미녀 둘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나한테 전화 한통화도 못해?" 하고 영구가 따지자 만득이가 대답했다.  "아냐, 전화야 했었지. 그런데 서커스 구경가고 없다던데?"

남자가 꿈속에서 이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정액을 사출하게 되는 증상을 '몽설(夢泄)' 혹은 '몽정(夢精)'이라고 한다. 여자가 꿈속에서 이성과 성교를 하는것은 '몽교(夢交)'라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몽설증(夢泄證)은 세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청소년기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청년의 왕성한 성욕을 자제하다가 보면 자기전에 보았던 이성이나 사진, 영화 등의 인물과 성교를하는 꿈을 꾸다가 사정하게 된다.  
이것은 본인의 의식과 전혀 관계없는 환상적인 성경험으로, 그릇에 물이 차면 넘쳐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젊을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둘째는 심장의 기능이 허약하여 자기기능을 조절하지 못하여 발병하는 것이있다.
이것은 그릇이 기울어져서 물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경미한 증상인데, 화평지제(和平之劑)를 사용하여 조화를 꾀하면 치료가 된다.

셋째는 신기능이 쇠약하고 원기가 고갈되어 정액을 저장하지 못하고 사정되는 것이니, 그릇이 깨어져서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매우 중증에 속하여 급히 치료하여야만 한다.
치료약물로는 청심연자음, 황련청심음, 정지환, 보정탕, 고진단 등의 처방을 체질과 증세에 따라 활용한다.  그리고 성욕을 자극하는 음란물의 접촉을 삼가야 한다.

젊은 사람의 경우 1개월에 5-6회는 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 이상 혹은 2-3일 연속 계속해서 몽정하는 것은 병적이라고 정의한다.

'무산지몽'(巫山之夢)의 고사처럼 아름다운 꿈속의 정사를 초나라 회왕이 꾸었지만, 자주 이런 꿈을 꾼다면 몸만 상하게 되어  하나의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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