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의 달’
무학자초(無學自超)
瞳瞳郁日入懷生
慧鑑如輪法慧明
超然道氣曹溪月
千載芳名遺漢陽
찬란한 태양이 들어오는 것을 품고 태어나
혜감스님이 굴리는 것과 같이 법혜가 밝으니
초연한 도의 기운은 조계의 달이며
천년의 향기로운 이름은 한양을 남겼다.
용추사에 모셔진 무학자초(無學自超, 1327~1403)스님 진영과 금명보정(錦溟寶鼎, 1861~1930) 스님의 찬송(讚頌)이다. 무학스님의 찬송은 1921년에 간행한 <불조록찬송(佛祖錄頌)>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서천28조사(西天二十八祖師)부터 조계종사(曹溪宗師)에 이르기까지 인도, 중국, 한국에서 이름을 떨쳤던 스님들의 행적과 찬송이 실려 있으며, 찬송은 또 하나의 행장이라 할 정도로 스님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금명스님의 무학스님 찬송을 1410년 변계량(卞季良, 1396~1430)이 지은 <회암사묘엄존자무학대사비문(檜岩寺妙嚴尊者無學大師碑文)>과 비교해보면, 찬송의 동동욱일입회생(瞳瞳郁日入懷生)은 비문에 기록된 스님의 어머니가 떠오르는 해가 품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임신한 일을 서술한 것이며, 혜감여륜법혜명(慧鑑如輪法慧明)은 18세에 부처님에게 귀의할 뜻을 품고 혜감국사(慧鑑國師)의 제자 소지선사(小止禪師)에게 머리를 깎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일과 용문산에 가서 혜명국사(慧明國師)에게 가르침을 여쭙고 법을 인가받은 일화가 함의되어 있다. 이어 초연도기조계월(超然道氣曹溪月)과 천재방명유한양(千載芳名遺漢陽)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무학스님이 지공스님에서 나옹스님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계승한 일과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의 도읍지를 물색한 일을 의미한다.
금명스님이 ‘조계의 달(曹溪月)’이자 천년의 향기로운 이름이라 찬탄한 무학스님은 조선시대에 신륵사, 통도사, 대곡사, 선암사, 은해사, 용추사 등 전국 사찰에 진영으로 모셔져 존숭을 받았다. 무학스님의 진영은 지공나옹스님과 나란히 함께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은해사와 용추사처럼 단독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 중 용추사 진영은 1781년에 기존 사중에 모셔진 진영을 다시 제작한 것으로 이때 청허스님과 사명스님의 진영도 함께 중수됐다. 무학스님과 청허스님이 한 사찰에 모셔진 인연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변계량의 비문과 금명스님의 찬송이 맞닿듯 1394년 무학스님이 불조종파지도(佛祖宗派之圖)에 지공스님과 나옹스님을 실어 임제종의 법맥을 수립한 일과, 1688년 청허스님 3세손 월저도안(月渚道安)이 종파지도에 청허스님의 법맥을 추가 기록해 조선전기부터 계승된 선종의 법맥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숨은 인연이 맞닿아 있을 것이다.
해제=정안스님 설명=문화부 문화재팀장 이용윤 [불교신문3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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