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혜(失兮)
실혜(失兮)는 대사(大舍) 순덕(純德)의 아들이다.
성격이 강직하여 도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는 굴복시킬 수 없었다.
진평왕(真平王)때 상사인(上舍人)이 되었다. 그때 하사인(下舍人) 진제(珍堤)는 그 사람됨이 아첨을 잘하여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비록 실혜(失兮)와 동료였으나 일을 하면서 서로 옳고 그름을 따질 때면 실혜(失兮)는 정도를 지켜 구차스럽지 않았다.
진제(珍堤)가 질투하고 원한을 품어 왕에게 여러 차례 참소(䜛)하여 말하였다. “실혜(失兮)는 지혜가 없고 담력만 세어서 기뻐하고 성냄이 급하여 비록 대왕의 말이라도 그 뜻에 맞지 않으면 분함을 참지 못합니다. 만약 징계하여 다스리지 않으면 그가 장차 난을 일으킬 것이니 어찌 그를 내치지 않습니까? 그가 굴복함을 기다렸다가 이후에 그를 등용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그렇게 여겨 영림(泠林)으로 좌천시켰다.
어떤 사람(或謂)이 실혜(失兮)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로부터 충성(忠誠)스럽고 높은 벼슬을 할 만한 인재라고 세상에 알려졌는데, 지금 아첨(倿)하는 신하가 거짓으로 헐뜯어 멀리 죽령(竹嶺) 밖 후미진 시골에서 벼슬살이를 하게 되었으니 또한 원통하지 않은가? 어찌 바른대로 말하여 스스로 따지지 않는가?” 실혜(失兮)가 답하여 말하였다. “옛날 굴원(屈原)은 외롭고 곧았으나 초(楚)나라에서 배척되어 쫒겨 났으며, 이사(李斯)는 충성을 다하였으나 진(秦)나라에서 극형을 받았다. 그러므로 아첨(倿)하는 신하가 임금을 미혹(惑)하게 하고 충성(忠誠)스러운 선비가 배척을 받는 것은 옛날에도 역시 그러하였음을 아는데, 어찌 슬퍼하겠는가?” 드디어 말을 하지 않고 갔는데, 장가(長歌)를 지어 뜻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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