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점
글씨를 쓸 때 쓱쓱쓱 소리 나는 대신 톡톡톡 소리가 난다. 특별한 종이에 점필, 점관 등으로 쓰는 점자(點字)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하여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튀어나온 점을 일정한 방식으로 조합한 표기문자다.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얻고 생각을 표현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점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섯 개의 점이다. 6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를 말하는 braille(브라유)는 점자를 개발한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 1809~1852)의 이름에서 따왔다.
1809년 프랑스 시골 마을 쿠브레(Coupvray)에서 태어난 브라유는 3살 때 아버지의 마구(馬具) 제작 작업실에서 송곳을 꿰매는 사고로 한쪽 눈이 멀었다. 다른 한쪽 눈마저 감염되어 시력을 잃게 되었다. 12세가 되던 해 그는 바르비에(Charles Barbier, 1767~1841)가 야간에 의사소통을 위해 군사용으로 고안한 12개의 점으로 된 점자를 맹아학교에서 접하게 된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브라유는 15살이던 1824년 좀 더 간편하면서도 읽고 쓰기 쉬운 새로운 점자를 만들어 또래에게 선보였다. 이 6개 점을 배열하여 알파벳, 숫자, 구두점 등을 표현했다. 이후 수학 기호와 음악 기호도 점자화하여 발표하였다. 체계적이고 쉬운 그의 점자는 점차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루이 브라유는 아쉽게도 생전에 그의 점자가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사용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4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탄생시킨 점자는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전 세계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만나는 문을 열어준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미국 선교사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 여사가 뉴욕포인트 점자(4점)를 변형하여 1898년 평양의 맹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때 사용된 최초 한글점자인 평양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 구분이 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26년 11월 4일 송암(松庵) 박두성(朴斗星, 1888~1963)은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하였다. 24개의 자모(字母)로 소리를 적는 훈민정음과 다르게 훈맹정음은 6개의 점을 조합하여 64개의 표기로 적는다. 박두성(朴斗星)은 우리나라 최초 점자 교과서를 일본어 점자로 옮겨 출판했다.
이를 기념하여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점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11월 4일을 ‘한글 점자의 날’로 정하였다. 점자의 중요성과 그것을 통한 정보 접근을 강조하고 점자 발전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날을 통해 사회 전체가 점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점자 교육과 활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0년에는 점자법이 개정되었다. 점자법에 따르면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우정사업본부는 1998년 세계 시각장애인이 기념하고 있는 ‘흰지팡이 날’(10월 15일)을 맞아 우리나라 최초 점자우표를 발행하였다. 우표에는 ‘흰 지팡이날’을 뜻하는 ‘10.15’가 점자로 표기되어 있다. 2009년에는 루이 브라유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브라유 모습과 ‘손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점자로 담은 우표를 발행했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점 6개, 바로 점자다.
출처. 인타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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