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보문사 석조여래좌상
“소원을 말해봐, 관세음보살님이 들어주실거야!”
‘섬 중의 섬’ 석모도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자애로운 마애관세음보살좌상
서해 바라보며 중생들 보듬어
강화 석모도 보문사의 주법당인 극락보전 옆 계단으로 20여분 올라가면 눈썹바위 아래에 조성된 ‘보문사 석조여래좌상(마애관세음보살좌상)’을 친견할 수 있다.
강화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섬 중의 섬’ 석모도에 자리한 눈썹바위의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러 가는 여정을 잡는다. 예전에는 강화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며 새우깡 한 봉지를 사서 괭이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며 사진을 찍던 추억을 쌓았었다.
5년 전만해도 이러한 일정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옛날일이 되었다. 2017년 6월28일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석모도의 삼산면 석모리를 잇는 1.41Km의 석모대교가 개통함에 따라서 이제는 자동차로 드나드는 편리한 곳이 되었다. 한결 편해진 교통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 되었지만 과거 배를 타고 다니던 아련한 추억은 사진첩에 고이 접어 두어야한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강화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635년에 희정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넓게 펼쳐진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문사는 수도권에 위치해 사시사철 기도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기도도량이다.
이곳 보문사는 천년고찰이지만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에 새겨져 있는 ‘보문사 석조여래좌상’의 영험함이 널리 알려져 있다. 비교적 근현대인 1928년에 조성된 마애관음보살좌상이지만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의 한 곳으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관음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문사는 해가 다르게 불사가 진척되고 있어서 찾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량으로 느껴진다. 최근에는 용왕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천인대에 오백나한을 모셔 놓았고 와불전이 조성되어 보문사에서는 다양한 기도를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보문사 석굴법당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나한님의 영험도 널리 알려져 이곳에서 기도해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는 이야기는 눈썹바위 관세음보살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전해지고 있다.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산이라고 해서 ‘낙가산’이라 했고,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님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절 이름을 ‘보문사’라고 했다. 신라 진덕여왕 3년(649)에는 석가모니부처님과 미륵보살 등 22분 석상을 건져 올려 석굴법당에 모셨다고 한다.
보문사에서 방문객의 가장 발길이 많은 곳은 주법당인 극락보전 옆으로 난 계단으로 20여분 올라가면 친견할 수 있는 ‘보문사 석조여래좌상’이다.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이 석불은 보문사 마애관세음보살좌상으로 418계단을 오르면 나타난다. 눈썹모양의 바위에 새겨져 있는 마애부처님은 원래 하나의 큰 바위였는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내려와 자연 석굴이 되었는데 그곳에 관세음보살상을 새겼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한 어부의 그물에 걸린 불상들을 이곳 석굴에 모셨다고 하며 큰 조각이 떨어져 내려와 눈썹처럼 생긴 바위에 높이 9m 20cm, 폭 3m30cm의 마애관음상을 조성했다고 한다. 금강산 주지 이화응스님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스님이 불사를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마애관음보살상은 주로 선각형태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조성연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서해를 조망하며 많은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옆면에서 바라본 자애로운 보문사 마애관세음보살좌상.
이 마애관음보살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41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보문사 사무장에 따르면 전체계단은 419개로 되어 있으나 1개의 계단이 살짝 뭉개져 있는 관계로 418계단으로 헤아린다고 한다.
계단은 극락보전 옆 오르막길에서부터 만들어져 있는데 처음 108계단을 오르면 ‘관음성전계단불사공덕비’가 나온다. 여기에서부터 지그재그로 난 계단을 오르면 좌우에 석등이 하나씩 나타나고 이곳에서 118계단을 놓았다. 이러한 계단을 반복해 오르면 반야용선을 만날 수 있다. 그 끄트머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면 거대한 눈썹바위 아래에 나투신 마애관음보살좌상을 만날 수 있다.
418여 계단을 오르노라면 “관세음보살” 명호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한소끔 땀이 몸에서 흥건하게 적셔질 때면 면전에 떡하니 마애관세음보살님이 꿈결처럼 나타난다. 거대한 자연바위 아래 둥근 광배를 하고 네모난 상호를 하고 보관을 쓴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 온 관세음보살님의 현현(顯現)임을 느끼게 해 준다.
자애로운 미소를 하고 펑퍼짐하게 좌정한 마애부처님은 자비보살 그 자체다. 미소를 보일듯말듯한 모습은 서해바다를 향해 있다. 둥그스름한 바위에 조각된 관세음보살님의 손에는 세속의 번뇌와 고통을 씻어주는 정병을 들고 있다. 연꽃좌대에 사뿐히 앉아 있는 마애부처님의 양 어깨에는 스님들이 입고 있는 법의(法衣)를 두르고 있으며 가슴에는 커다란 ‘만(卍)’자가 새겨져 있다.
한참의 수고로움을 지불하고 오른 방문객이라면 불자이건 불자가 아니건 거룩한 이 마애관세음보살님 앞에 예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 마애관세음보살님 옆에서는 스님들이 늘 기도염불을 하고 있어서 경외심은 배가된다. 바다를 건너고 또 바다를 건너 산 중턱에 땀 흘리며 올라 친견하는 보문사 마애관세음보살님과의 만남은 일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일대사가 된다.
마애관세음보살님에게 기도를 하고 내려오는 발길은 가볍다. 올라갈 때의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석실법당과 오래된 수령의 은행나무를 보고 일주문 아래의 관음송을 만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한번 보문사 마애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면 언젠가는 다시 그곳을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한다고 입을 모은다.
뭇 중생들은 염불을 하듯이 서로에게 권한다. “소원을 말해봐, 관세음보살님이 반드시 들어주실거야!”
강화=여태동 기자 [불교신문 37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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