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우적(永才遇賊)


석(釋) 영재(永才)는 성품이 익살스럽고, 재물에 연연하지 않고, 향가(鄕歌)를 잘 하였다. 나이 들어 남악(南岳)에 은거하려 대현령(大峴嶺)에 이르렀는데, 도적(遇賊) 60여 사람을 만났다. 해를 입히려 하자, 영재(永才)는 칼날을 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고, 온화하게 그것을 대하였다. 도적이 괴이하여 그의 이름을 물으니, 영재(永才)라고 말하였다. 도적(賊)은 본디 그 이름을 들어서, 이에 노래를 짓도록 하였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제 마음의 모습 모르던 날에,
멀리 새 달아나듯 지나서 알고,
이제는 숲에 가고 있노라.
다만 잘못된 것은 때리는 님에,
저 세상에 다시 돌아갈 사내들,
이 칼 따위 허물될 날 세우니,
아아 오직 내 몸의 한은 선업은 아니,
바라는 집으로 모아짐입니다.
도적(賊)이 그 뜻에 감동하여, 비단 두 단을 주었다. 영재(永才)는 웃으며 앞서 사양하며 말하길, “재물이란 것이 지옥(地獄) 가는 근본(根夲)임을 알아, 피하여 산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려 하거늘, 어찌 감히 받겠습니까.” 하고는 이를 땅에 던졌다. 도적(賊)이 그 말에 더 감동하여, 모두(皆) 칼을 풀고 창을 던지며, 머리를 깎고 무리가 되어, 지리산(智異)에 들어가 함께 숨어 다시는 세상을 밟지 않았다. 영재(永才)의 나이가 90에 가까운 원성대왕(元聖大王)의 때였다.
찬(讚)하여 말한다.
지팡이 짚고 산으로 돌아가니 그 뜻이 한층 깊고(䇿杖歸山意轉深),
고운 비단과 주옥이 어찌 마음을 다스리랴(綺紈珠玊豈治心).
녹림의 군자는 그런 선물 하지 마오(綠林君子休相贈),
지옥은 뿌리 없이 다만 한 조각 금일뿐이니(地獄無根只寸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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